“미국이 심우주 탐사에 나서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입니다. 우리도 심우주 탐사를 왜 하는지 등에 답할 수 있는 철학을 세워야 합니다.”
심우주탐사연구협의체 ‘BtM(비욘드더문·Beyond the Moon)’ 간사로 논의를 이끌고 있는 김방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와 유광선 KAIST 인공위성연구소 교수,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16일 대전 대덕 천문연구원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도 제대로 된 탐사를 하려면 미국처럼 확실한 목적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BtM은 심우주 탐사 연구 발전을 위해 항우연과 인공위성연구소·천문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 관련 3개 기관이 공동 구성한 협의체다. 심우주란 지구의 중력 또는 자기장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우주 공간, 거리로 치면 지구와 대략 100만 ㎞ 이상 떨어진 곳을 의미한다. BtM은 지난해 7월 권세진 전 인공위성연구소장, 임철호 전 항우연 원장, 이형목 전 천문연 원장 등 퇴임을 앞둔 3대 기관장이 모임을 갖고 후배들에게 우주 탐사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위해 뜻을 모았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3대 기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 5월에는 3명의 간사를 포함해 총 9명을 구성원으로 하는 BtM이 정식 출범했다.
BtM 간사들은 심우주 탐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김 박사는 “미국 관계자들에게 심우주 탐사를 왜 하느냐고 물어보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이것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탄생 이유이자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V2 로켓 개발 자료와 개발진을 미국이 모두 쓸어간 까닭”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물론 지구 너머 우주까지 과연 안전한 곳인지를 살피기 시작한 것이 탐사의 가장 큰 이유라는 의미다.
이들은 한국의 경우 목적과 비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 그룹장은 “일회성의 단발적 이벤트보다는 로켓을 만들어 발사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이루려고 하는 목적 등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러한 철학과 비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나라가 달에 가고 인공위성을 쏘니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식으로는 언제나 우주 탐사 후발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심우주 탐사가 단순히 학문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유 교수는 “일본이 소행성 탐사선 '데스티니플러스'를 발사할 때 고체 로켓을 쓸 예정인데 이는 일본의 기술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능가하는 기술을 가졌다는 의미”라며 “심우주 탐사는 국가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3인방은 BtM이 이러한 심우주 탐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과 대학의 참여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소망을 숨기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화학추적기·전기추력기·항법장치 등 개별적 기술들은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도달했지만 우주 탐사에서 이것을 하나로 엮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문 그룹장은 “BtM 활동을 확산시키고 파편화된 역량을 결집해 커뮤니티 안에서 국가의 우주계획 비전에 합의하는 데 힘을 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심우주 탐사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도 시작했다. 우리 기술력으로 지구 중력권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는 워킹그룹이 바로 그것이다. 유 교수는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한국형 발사체를 연료를 적게 들이면서 멀리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달의 궤도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 검토 대상”이라며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협의회 활동을 반드시 기록을 남겨 우주 탐사의 길을 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박사는 “미국의 경우 앞으로 5~10년간 할 일들을 백서를 낸다. 그만큼 장기적인 비전을 준비한다는 뜻”이라며 “BtM도 매년 연간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