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모든 종류의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 금융 활동’으로 규정하고 법정화폐와의 교환 등을 금지하는 단속 방침을 밝혔다.
24일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모든 거래는 불법이라고 공지했다. 중국인민은행 누리집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보면 암호화폐 매매와 암호화폐 발행을 위한 자금 조달, 파생상품 거래까지 모두 불법으로 규정했다.
암호화폐 관련 거래의 위험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민은행은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인민은행은 외국 거래소가 인터넷을 통해 중국 투자자에게 암호화폐 거래를 제공하는 것도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은 이날 암호화폐 채굴 사업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비트코인의 가격이 5%가량 떨어졌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한국 시각) 현재 미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5.36% 떨어진 4만 1,225.5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 가격도 8% 넘게 폭락했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 주식도 정규장 시작 전 거래부터 하락했다. 경제 전문 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4% 가까이 떨어졌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암호화폐 채굴 업체 라이엇블록체인의 주가는 각각 5%, 6% 넘게 하락했다.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업체 ‘에니그마 시큐어리티’의 분석 책임자 조지프 에드워즈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등의) 급락이 보여주듯이 암호화폐 시장은 아주 허약한 상태”라며 “일종의 공포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 암호화폐 채굴의 65%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국무원이 지난 5월 류허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하겠다”고 밝힌 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암호화폐와 사기, 돈세탁 등과의 관련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채굴 과정에서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으로 중국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에 타격을 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중국이 달러 중심 국제금융망에 도전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위한 환경 조성 측면도 암호화폐 규제의 배경 중 하나로 추정됐다. 결국 5월 국무원 발표 이후 네이멍구·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비롯해 중국 각지에서 비트코인 채굴 단속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 중앙은행 차원에서 전국에 걸친 '암호화폐 거래 전면 불법화' 방침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