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최악의 부진을 털고 올해 3·4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접종과 맞물려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정제마진이 최근 들어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찍었기 때문이다.
26일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 평균을 분석하면 SK이노베이션의 3·4분기 영업이익은 4,439억원으로 지난해(289억원 영업적자)보다 크게 좋아졌다. 매출은 12조2,9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쓰오일도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와 달리 올 3·4분기에는 5,04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매출은 86% 오른 7조2,573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그룹과 함께 실적을 발표하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7달러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9년 10월 둘째 주(5.8달러)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것으로,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정제마진은 지난해와 올해 1달러대 또는 마이너스를 고꾸라졌고, 글로벌 정유 수요 감소로 정유사들은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들어 정유사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긴 했으나, 정제마진이 6월까지도 1달러대에 그치며 본격적인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7월 들어 2.6달러, 8월에 3.2달러로 오른 뒤 9월 들어 5.2달러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허리케인 피해와 글로벌 설비 가동 지연 등에 따른 공급 위축, 국제 유가 상승, 백신 접종과 맞물려 전반적인 정유 수요 증가가 정제마진 상승 요인”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전 세계적인 ‘위드 코로나’ 추세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도 정제마진이 호조를 이어가며 정유사 실적 회복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