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벌써 615일이 지났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실로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및 온라인 수업 등의 보편화가 대표적인 변화의 사례일 것이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이 올 들어 세 번째 ‘반도체 화상회의’를 소집했고 이 회의에 삼성전자·인텔 등 세계적인 업체가 총출동한 것은 화상회의의 대표적 사례다. 또 국내 초중고 및 대학에서 화상 수업이 보편화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화상 수업이 2년째 계속되고 있고 필자의 일곱 살난 외손주도 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스스로 컴퓨터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로그인을 한 후 화상 수업을 받고 있다.
학술 대회의 경우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보건협회도 지난 4월 이틀에 걸쳐 온라인 종합 학술 대회를 개최해 관련 학회 회원들이 연구 성과를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토론했다. 이와 같은 온라인 학술 대회는 국내외 대부분의 학회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여 년간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공공 시범 사업 영역에 국한됐던 원격진료제도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생활이 자리를 잡으며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돼 ‘비대면 전화 진료’가 이뤄졌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개월간 비대면 전화 진료(전화 상담, 처방)에 참여한 의료 기관은 총 8,273개소(12.0%)이고 60만 9,500명의 환자가 전화 상담, 처방 진료를 이용했으며 진료 횟수는 91만 7,813건이었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의사 대상 만족도 조사에서 77.1%가 전화 상담, 처방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월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지속 모니터링하는 원격진료는 70.4%,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는 66.1%가 찬성해 의사와 국민들이 원격진료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건강보험 진료비의 ‘전산매체청구제도’와 모든 의료 영상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고 확인하는 통합 시스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도입으로 대한민국의 의료 정보 산업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성장, 활성화됐다. 일본의 원격진료 건강보험 인정과 미국의 디지털 헬스와 원격진료 서비스의 급성장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보자. 비대면 전화 진료 사업의 일시적 허용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사와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원격진료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시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직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