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초대형 유튜버’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국내 채널은 600개 이상으로 지난 2019년 200개에 비해 3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동영상 소비가 늘어난 데다 유튜버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00만 구독자 유튜버 ‘1,000명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연이어 탄생하자 유튜브는 물론 틱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다른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도 보상 시스템을 잇달아 강화해 ‘크리에이터 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크리에이터가 많을수록 콘텐츠 플랫폼의 경쟁력이 강화돼 광고 등 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구글 유튜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국내에서 구독자 수 100만 명 이상인 채널은 전년 동기 대비 45%가량 늘어 60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500여 개에서 6개월 만에 100개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구독자가 10만 명 이상인 채널은 올 6월 6,5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기준 5,500여 개에서 1,000여 개가 증가한 것이다.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수익도 껑충 뛰었다. 구글 유튜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연 1,000만 원 이상 돈을 버는 채널 수는 40% 이상 늘었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 수익과 관련해 금액 등 절대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보통 구독자 10만 명을 확보하면 월 200만~300만 원 내외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광고 수익에는 동영상의 길이, 좋아요 수, 채널 시청자 수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구독자 수를 가진 채널 간에도 수익이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각종 협찬·후원 수익까지 더해지면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기회의 문이 넓어진 만큼 자신의 개성을 살려 크리에이터 세계에 뛰어드는 직장인들도 쏟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수준으로 구독자를 확보하면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전업 유튜버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다. 수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유튜버 ‘슈카(본명 전석재)’는 현재 174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유튜버로 성장했고 셰프인 에드워드 권 아래서 일했던 ‘승우아빠(본명 목진화)’는 151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부업까지 포함하면 직장인들 중에 유튜버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에는 취미나 일상 기록용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가 화제를 끌고 구독자가 늘면 아예 전업 크리에이터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새로운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 제작에 이렇다 할 규제가 없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정규직에 준하는 일자리 8만 6,030개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영상 제작과 제품·서비스 유통 등 각종 활동에서 편집자·그래픽디자이너·프로듀서 등 다양한 직업들이 파생됐다고 분석했다. 구글에 따르면 유튜브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1조 5,970억 원에 달한다. 콘텐츠 제작을 통한 광고나 로열티 수익뿐 아니라 관련 제품·서비스 수익까지 반영한 결과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크리에이터 모시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구독자 수 등에 기반한 보상을 더욱 강화하거나 자사 플랫폼에서만 콘텐츠를 독점 출시하도록 제안하는 등 차별화된 크리에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는 올 7월부터 업로드된 영상에 후원금을 낼 수 있는 ‘슈퍼 땡스’ 기능을 베타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호응이나 관심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면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손에 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튜브는 또 최근 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한 ‘쇼트폼(짧은 영상)’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1억 달러(약 1,1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쇼트폼 전용인 ‘유튜브 쇼츠’에 인기 영상을 올린 크리에이터들에게 내년까지 매달 보상금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짧은 길이의 영상과 특유의 감성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해온 틱톡 역시 비슷한 성격의 크리에이터 후원 펀드를 기존 2억 달러 규모에서 10억 달러로 대폭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페이스북은 자사 쇼트폼 플랫폼 ‘릴스’로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이기 위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오는 2023년까지 크리에이터에게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 것은 물론 10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까지 내걸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디어 트렌드 변화로 사람들이 기존 올드미디어가 전하지 않는 사소하고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유튜브 같은 매체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금전적 이익까지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 놓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