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가 연일 상승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위원들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시그널을 표명하며 금리가 상승했고 국내 국채금리마저 덩달아 오름세다. 당분간 미국과 국내 금리는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는 우량 등급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 3년 채권수익률은 1.6%로 전날 대비 3.4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10년물은 2.2460%로 7.9bp 올랐다. 3년물 금리는 지난 2019년 11월 1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상승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465%에서 출발해 장중 1.517%까지 상승하며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30년물도 1.998%에서 출발해 2.045%까지 오르며 8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3bp오른 1.484%, 30년물은 5.6bp 상승한 2.051%에서 거래를 끝냈다.
9월 FOMC와 영국중앙은행(BOE)의 긴축 가능성, 한국은행의 보고서 등 대내외 긴축 시그널 강화에 미국과 한국 국채금리의 동반 상승이 진행됐다. 이처럼 국내외 국채금리가 뛰면서 은행주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BNK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4% 오른 8,590원에 거래를 끝냈고 KB금융(3.02%), 하나금융지주(2.35%), DGB금융지주(2.01%) 등도 상승했다.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준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국채금리 변동성이 지속되자 우량 등급 회사채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기준 이달 들어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이미 6조 원을 넘어섰다. 월간 수요예측 초과율 역시 400%선을 회복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우량 등급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A 등급 이상인 종근당(AA-/A+), 한국증권금융(AAA), 한국금융지주(AA-), 롯데렌탈(AA-), 한온시스템(AA)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모두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이날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신세계(AA)는 3년물과 5년물 모두 오버부킹에 성공하며 민평 금리 대비 10bp 높은 2.037%, 2.241%선에서 발행 금리를 결정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금리수준전망지수가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고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채에도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측됐다. 하이일드 펀드들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기 위해 BBB 등급 회사채 인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A- 등급과 BBB 등급은 신용도가 낮아 일반적인 회사채 투자자들이 매입을 꺼리기도 하지만 국채와 AA 등급 회사채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한 기관들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물량을 담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진행된 대한항공(BBB+)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민평 금리 대비 25bp 낮은 연 3.590%에서 수요를 모두 채웠다.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회사인 만큼 증권사 리테일 창구에서도 대규모 주문이 들어왔다.
허영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금리 레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로 국고채 금리 변동성이 축소되며 현시점이 상단이라는 인식이 확대된다면 유통시장에서의 매수 심리는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