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서둘러 후회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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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수

평소대로라면

등 떠밀며 서둘러 손 재촉했을 어머니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종종걸음으로 큰길까지 나와

궁색한 목소리로 발길을 잡아끈다

- 자고 가믄 안 되냐?

죄지은 사람마냥

서 있는

젖은 눈망울

못 본 척

돌아서 왔다

풀죽은 보따리를 업고



그리운 도시를 향해 돌아오는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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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색한 그 한마디가

마음을 찔렀다

마음 한구석 철렁했을 것이다. 늘 서둘러 등 떠밀던 어머니가 궁색한 목소리로 발길을 잡았을 때. 하룻밤 자고 새벽에 올라와도 되는데 못 본 척 돌아와서 후회하는 까닭은 무얼까. 믿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쇠약해지셨다는 것을.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 그치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했다. 풍수지탄의 고사를 모르는 바 아니나 내 부모만큼은 언제까지나 백년 동구나무처럼 그 자리에 서 계실 것 같은 것이다. 산 넘고 물 건너도 돌아보면 따라오는 달님처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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