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의 한 축으로 각광받던 제약·바이오주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역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한 달 새 시가총액 18조 원이 증발했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약발’이 떨어진 이들 업체가 신약 개발 등 다른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한 연말까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9월 27~30일) 주요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5.60% 하락하며 KRX지수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 및 메모리 시장 둔화 우려에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지수(-4.51%)보다도 하락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SK바이오팜(326030) 등 주요 바이오주들이 각각 5.26%, 5.46%, 4.67% 떨어지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중 시가총액 상위 30위 종목들의 시총 합계를 집계해보니 최근 한 달 사이 18조 1,619억 원이 감소했다. 지난 8월 31일 종가 기준 220조 843억 원 규모였던 시총 합계가 9월 30일 종가 기준으로는 201조 9,223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 기간 상위 6개 종목(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SK바이오팜·셀트리온제약(068760))의 시총 규모 역시 5,000억 원 가까이 감소했다.
제약·바이오주는 코로나19 이후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다음 모멘텀이 될 만한 호재가 장기간 부재해 상승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코로나19 백신 관련주들의 경우 위탁생산(CMO) 및 해외 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하방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일반 제약주들은 등 이렇다 할 호재가 부족한 것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신약 개발에도 큰 진전이 없어 제약·바이오주의 호재가 많지 않다”며 “증시 수급 상황으로 봐도 바이오주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주가를 떠받칠 호재성 이슈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제약·바이오주들이 장기 조정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이들 업체의 실적 개선세 역시 제한적이어서 주가 상승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 등은 올해 연간 매출 증가율 추정치가 각각 27.69%, 356.56%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한양행·한미약품·녹십자 등은 한 자릿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 연구원은 “제약사의 영업 실적이 코로나19 효과로 정체 국면이 있다”며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신약 개발 임상에 진전이 있거나 해외 수출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서 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