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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자의 한 주 정리] 국내 주요 은행이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농협·국민·신한·우리은행,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 진출

우리은행이 만든 디커스터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아직…3개사는 신고 완료

커스터디 서비스, 예치금 끌어모으는 수단…스테이킹·OTC 등 부가 서비스에서 수익창출 기대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유입 활발해질 것이라 기대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여

출처=셔터스톡.출처=셔터스톡.




국내 제도권 은행이 경쟁적으로 암호화폐 커스터디(수탁)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에 이어 최근 NH농협은행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아직 준비 단계인 우리은행까지 합치면 국내 5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4곳이 이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은 당장 돈이 되긴 어려운 사업인데요. 그럼에도 은행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또 이러한 움직임이 암호화폐 시장에는 어떤 시그널을 주는 걸까요?

자세한 소식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주 간 이슈를 콕 집어 정리해 드리는 도기자의 한 주 정리입니다.

농협·국민·신한·우리은행,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 진출


지난 달 27일 농협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전문 기업 ‘카르도’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카르도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클레이튼(KLAY)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르도 설립에는 갤럭시아머니트리, 한국정보통신, 헥슬란트, 아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카르도 대표는 노진우 헥슬란트 대표가 맡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한 은행은 또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해치랩스, 해시드와 손잡고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세웠습니다. 신한은행도 코빗, 블로코, 페이스퀘어가 공동 설립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우리은행이 만든 디커스터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아직…3개사는 신고 완료




우리은행도 지난 7월 코인플러그와 합작법인 ‘디커스터디(DiCustody)’를 설립해 디지털 자산 수탁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앞의 3사(카르도·KODA·KDAC)와 달리 디커스터디는 지난 달 금융 당국이 밝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암호화폐 수탁업자도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등 일정 요건을 갖추고 금융 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를 해야 하는데요. 디커스터디는 아직 서비스 출시 이전 단계라 ISMS 인증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코인플러그 관계자는 디센터와의 통화에서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고 전했죠.

커스터디 서비스, 예치금 끌어모으는 수단…스테이킹·OTC 등 부가 서비스에서 수익창출 기대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사실 커스터디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합니다. 비트코인(BTC) 등 암호화폐를 대신 보관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겁니다. 다만 수수료 비중이 높지 않아 보관 자산 규모가 상당하지 않는 이상 큰 수익을 창출하긴 어렵습니다. 그럼 수수료를 높이면 되지 않느냐고요? 수수료를 올리면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타 서비스로 고객이 옮겨갈 수 있습니다. 문건기 KODA 대표에 따르면 1년에 0.5% 선으로 글로벌 스탠다드가 굳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럼 대체 왜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걸까요? 바로 커스터디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선두주자인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자산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스테이킹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렇게 거둔 수익 중 일부를 코인베이스 커스터디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출처=셔터스톡.출처=셔터스톡.


장외거래(OTC)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는 한 번에 대량으로 암호화폐를 매수하거나 매도하고 싶어 합니다. 이때 업비트나 빗썸 같은 거래소를 이용하긴 힘듭니다. 우선 이런 거래소에는 대량으로 거래 물량이 나와 있지도 않습니다. 또 설령 있다 한들 한 번에 많이 거래하면 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정 기관이 한 번에 비트코인(BTC) 500억 원어치 물량을 매수한다고 걸어 두면 해당 거래소의 BTC는 시가보다 폭등할 겁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는 주로 OTC를 선호합니다. 기관투자자 수요를 겨냥해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OTC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비트고 등이 OT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KODA가 미국 디지털자산 OTC 기업인 컴벌랜드 한국지사인 컴벌랜드 코리아와 손잡고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죠.

이밖에 수탁한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또 세무, 회계 처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죠. 국내 주요 은행들이 발 빠르게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한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커스터디 서비스로 일단 기관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 모으면, 이를 기반으로 다방면에서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시중은행, 기관투자자 암호화폐 시장 유입 활발해질 것이라 기대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여


그럼 개인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국내 주요 은행이 향후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유입이 활발해질 것이라 내다보고 미리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는 겁니다.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들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미 넥슨, 위메이드 등 주요 기업이 BTC을 매입했다고 밝혔는데요. 은행들은 앞으로 이런 일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관 유입이 활발해지면 코인 가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도예리 기자 yer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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