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권순일 전 대법관을 대상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구명하기 위한 판결 로비를 벌였다고 파상공세를 펼쳤다. 또 이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화천대유 관계자들과 처음부터 특혜 사업을 공모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여당은 역으로 곽상도 무소속(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을 두고 ‘국민의힘 게이트’로 역공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 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유혹을 이겨내는 게 능력이며 제가 유일하게 감옥에 안 간 성남시장”이라며 반박했다.
이날 국회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의 대선캠프 좌장인 권성동 의원은 법사위에 출석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자기 방에서 한 달에 네 번 만난 사람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화천대주의 소유주인 김 씨가 지난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이전에 권순일 전 대법관을 한 달에 네 차례 만난 사실을 지적한 질의다. 대법관이기도 한 김 처장은 “저는 없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김 씨와 권 전 대법관의 수차례 만남 직후 대법원은 이 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점과 이후 화천대유에서 매달 1,5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은 점을 들춰내며 “부끄럽지 않으냐”고 쏘아붙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화천대유의 판결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당시 최선임 대법관은 권순일이고, 권 전 대법관은 유·무죄가 동수인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내어 (이 지사가 무죄를 받은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전대미문의 재판거래고 사법 농단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질타했다. 김 전 처장은 “이런저런 비판적 시각이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며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여당은 야당이 김 씨와 권 전 대법관의 만남을 이 지사에 대한 구명 로비로 몰아가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송기헌 민주당 후보는 “김만배 씨가 권순일 전 대법관을 만났더라도 그게 이재명 지사 때문인지 저는 확신할 수 없다”며 “오히려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천대유와 관련된 분양 관련 사업, 그런 것 때문에 찾아왔을 수도 있으니 이 점을 잘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예비후보가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을 들추어냈다. 그는 “윤 전 총장을 정점으로 검찰이 조직적으로 정치적 개입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다른 상임위에서도 이 지사와 화천대유를 둘러싸고 여야는 크게 부딪혔다. 정무위에서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이 받은 제보와 검찰 제출 자료 등을 근거로 들어 유 전 부장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 언론인 출신의 김 씨(화천대유 대주주) 등 4명을 대장동 개발사업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이 ‘도원결의’를 맺어 펀드를 만들고 구조를 짰다”고 말했다.
경기도청을 피감기관으로 둔 행안부도 감사 시작과 동시에 파열음이 터졌다. 국민의힘이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피켓을, 여당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곽상도 의원을 겨냥해 ‘돈 받은 자가 범인이다’라는 피켓으로 맞대응했고 결국 회의는 일시 중단됐다. 외통위 국감도 국민의힘이 내건 ‘대장동 특검’ 피켓 문제로 정회됐고 정무위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갈등을 겪다가 결국 여야 간사 간 협의로 정회됐다. 문체위와 과방위도 같은 이유로 중단돼 이날 오전 7개 상임위가 전부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편, 이 지사는 정치권이 대장동 의혹으로 뜨거워지자 또 다시 직접 입장을 내놓았다. 이 지사는 곽 의원을 겨냥해 “장물을 나눈 자가 도둑이고, 곽상도 아들에게 50억원 을 준 자가 주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재 사인 하나로 수천억 원의 향방이 갈리는 공직에 있다 보면 엄청난 유혹이 밀려온다”며 “그걸 이겨내는 게 진짜 능력이고, 제가 유일하게 감옥에 가지 않은 성남시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