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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 대중음악 페스티벌 다시 취소·연기

GMF·자라섬재즈페스티벌 등 가을 축제 터줏대감

올해도 전면 취소 혹은 연기, 온라인 전환 된서리

대중음악계 "정부, '위드 코로나' 대비 확실한 기준을"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올 가을에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에 관객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됐다.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2주간 연장된 탓으로, 중대본은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가 3,000명대로 늘면서 전 국민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10월 말까지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페스티벌들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면 취소되거나 온라인 혹은 장소변경 등을 통해 변형된 형식을 띠어야 했다. 대중음악 공연 업계에서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앞두고 앞으로 공연이 갑작스레 취소·연기되는 일이 줄어들려면 정부가 현장 의견을 수렴해 일관된 방역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개최가 취소된 2021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사진 제공=엠피엠지올해 개최가 취소된 2021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사진 제공=엠피엠지





우선 가을철 대표적 대중음악 페스티벌로 꼽히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 주최사인 엠피엠지는 올해 페스티벌을 16·17일, 23·24일 나흘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연장에 발목이 잡혔다. 주최 측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은 여전히 가혹한 것 같다”며 “취소라는 단어를 또다시 꺼내게 되어 한없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근방에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도 매년 여름 열리던 것을 가을로 옮기기까지 했지만 “축제로서 성격과 정체성이 살아 있는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강원도와 철원군에서 받은 보조금 전액 반납을 결정했다”며 취소를 알렸다.

GMF의 경우 백신접종 완료 또는 48시간 내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증명서를 낸 관객만 입장토록 하고 현장 자가 진단키트도 도입하는 등 방역지침을 마련하고 행사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4단계에서는 정규공연시설 외 공연이 원천 차단되는지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엠피엠지 측은 “관계부처에서 11월로 연기가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기온이 크게 떨어진 11월 야외 행사는 관객은 물론 아티스트의 연주도 걱정된다”고 전했다.

다음 달로 개최를 연기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포스터. /사진 제공=자라섬 재즈 페스티벌다음 달로 개최를 연기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포스터. /사진 제공=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가을 축제 단골손님인 재즈페스티벌은 연기를 택했다. 국내 최장수 재즈페스티벌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올해 제18회 축제를 이달 9~11일에서 다음 달 5~7일로 미뤘다. 오는 16·17일 열릴 예정이던 서울숲재즈페스티벌도 30·31일로 일정을 연기했다. 대신 오프라인 무대를 연다는 기본 계획은 유지한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김현철, 정원영, 선우정아, 바다, 이날치, 피아니스트 조윤성 등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도 연기 전에 결정했던 출연진 라인업들을 그대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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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온라인으로만 열리는 페스티벌도 있다.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은 오는 9·10일 전면 온라인으로만 개최한다. 오프라인 공연을 시도했다가 방향을 튼 다른 페스티벌과 달리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방향을 정했다. 9~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인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연장에 따라 전면 온라인 개최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그나마 일부 페스티벌은 온라인과 병행하거나 장소를 바꾸는 식으로 관객을 받았다. 지난 2일 열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오프라인 공연과 더불어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중계도 실시했다. 비수도권 지역이라 가능했던 일로, 비록 500명에 한정된 관객이라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시가렛 애프터 섹스 등 해외 출연진은 사전녹화된 장면을 틀었고, 크라잉넛 등 국내 출연진은 직접 공연을 펼쳤다. 이달 9·10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계획했던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페스티벌은 오는 23·24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콘서트 성격을 강화해 야외 대신 정규 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긴다.

지난 2일 열린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의 무대. /소셜 미디어 캡처지난 2일 열린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의 무대. /소셜 미디어 캡처


해외에선 최근 들어 백신 접종 확인서 등을 갖고 있으면 콘서트 개최가 가능하도록 조치가 이뤄지면서 대중음악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열렸던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만 해도 대규모 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콘서트가 열렸다.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대중음악 공연의 개최가 ‘멀고 먼 길’이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은 지난해 대중음악 공연 산업의 매출 규모가 전년대비 90% 감소했으며, 갑작스러운 취소와 연기로 추가 손실까지 떠안아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가 공연 재개를 위한 확실한 매뉴얼을 만들고, 업계를 대화 상대로 생각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종현 엠피엠지 프로듀서는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선 마스크 착용 등 기존 방역수칙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1차 접종만 완료해도 규제를 완화해주는 게 합리적”이라며 “11월 초중순, 연말 공연에서는 거리두기 없이 관객이 대중음악공연장에 입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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