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음악의 정수를 들려줄 세계적인 권위자들이 이달 잇따라 한국 무대에 오른다. 이름 앞에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 붙는 두 사람,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와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5)가 선사할 최상의 연주에 클래식 팬들의 기대감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쉬프는 오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대구 콘서트하우스(9일), 울산 현대예술관(10일)에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베트벤·바흐 프로그램으로 내한 연주를 선보인다. 그는 50대에 32개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완성해 프랑스 아비아티 최고 음악 비평가상을 수상하고,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멤버가 되는 영예를 안은 연주자다. 50대를 넘기며 베토벤에 집중한 그는 “베토벤의 삶이 녹아 있는 32개의 소나타는 성숙과 경험을 쌓지 않고서는 시도할 수 없는 작품”이라며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40대 후반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이번 공연에서 쉬프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와 26번 ‘고별’, 그리고 베토벤의 마지막 소타나 32번을 연주한다.
독주회 외에 특별한 일정도 예정돼 있다. 오는 12일 통영 국제음악당,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펼칠 ‘포핸즈 콘서트’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 2008년 쉬프의 내한 마스터클래스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13년 만에 재회해 만들어내는 무대다. 두 사람은 리즈 피아노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자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 있으며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선욱은 “당시 한 시간 남짓한 레슨은 베토벤 음악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물론 베토벤 음악의 가치에 대한 견해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충격적인 사건이 되었다”며 이번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해 코로나 19로 내한을 미뤄야 했던 부흐빈더도 약속을 지키러 온다. 부흐빈더는 지금까지 50회 이상 소나타 전곡을 연주해 왔다. 열렬한 악보 수집가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의 서로 다른 편집본을 39판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는 19~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내한 공연에서는 철저한 악보 분석과 연구를 기반으로 한 그의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내한 첫날 공연에서는 부흐빈더가 직접 엄선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다섯 곡, 8번 ‘비창’과 14번 ‘월광’, 21번 ‘발트슈타인’과 20번, 10번 등 명곡을 만나볼 수 있다. 둘째 날인 20일에는 베토벤의 ‘디아벨라 변주곡’을 다양하게 각색해 연주하는 ‘디아벨라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베토벤 250주년을 맞아 부흐빈더가 직접 선택한 현대 작곡가 11인이 참여한 대형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서울 공연 이후에는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을, 24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디아벨리 프로젝트 공연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