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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건우 캐럿펀트 대표 “유물 도면, 손 대신 3D로 …고고학에 IT접목했죠”

출토 유물에 특화된 SW '아치 3D'

도면 제작 시간 30분 내외로 단축

발굴 작업 편리·정확성도 높여

시험 도입 문화재 조사기관 20곳

이건우 캐럿펀트 대표. /사진 제공=캐럿펀트이건우 캐럿펀트 대표. /사진 제공=캐럿펀트




“출토된 유물을 일일이 손으로 실측하고 도면을 그리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요. 3차원(3D) 스캔만으로 도면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기술로 발굴 작업의 편리·정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매장 문화재 SW 스타트업 캐럿펀트의 이건우(31·사진) 대표는 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고학 연구자의 개인 능력에만 의존하는 실측 분야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유물 연구의 디지털화·표준화를 이끌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캐럿펀트가 개발한 ‘아치(Arch) 3D’는 출토 유물에 특화된 SW다. 기존 3D 스캐너로 유물을 찍어 얻는 데이터를 아치 3D에 입력하면 전자 도면을 자동 제작한다. 매장 문화재 도면은 보통 유물 형태 및 실측 수치와 제작 연대·의도 등에 대한 연구자의 주관적 분석이 함께 담기는데 지금껏 모두 수기로 이뤄져 왔다. 이 대표는 “매년 국내에서 출토되는 유물은 13만~16만 개에 달한다”며 “보통 연구원이 유물 한 점의 도면을 만드는 데 3~4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유물 연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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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 3D는 유물당 도면 제작 시간을 30분 내외로 단축했다. 유물 데이터 입력 후 연구자의 주관적 항목을 몇 번 클릭해 추가하면 전자 도면이 완성된다. 시간 단축은 도시에서 유물이 발견돼 건설공사가 전면 중단될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발굴 실측 시간을 최소화해 전체 발굴 작업 기간을 15~22% 정도 단축시킨다는 결과치를 얻었다”며 “경제적 효과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물이 대량 출토될 때 시간 제약과 수작업의 피로도로 인해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컴퓨터 실측으로 이 같은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오차 범위는 0.05㎜에 불과하다”며 “고고학에서 수치는 유물 연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차에 따른 역사 해석의 결과치가 달라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6월 정식 출시된 아치 3D를 시험 도입한 문화재 조사 기관만 20여 곳에 이른다. 5년간 개발한 SW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문화재청 산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등에서 성능·품질 인증을 받았다. 그는 “조사 기관들이 처음에는 스타트업의 SW 성능에 의구심을 품었다”며 “고고학 분야에서 상용화된 첫 SW라는 점에서 점차 조사 기관들이 관심을 갖고 도입 의뢰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동국대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현재 석사과정 중인 이 대표는 대학 실습 때 직접 실측을 하면서 한계를 느꼈고 고고학 연구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창업 아이디어로 연결해 2017년 캐럿펀트를 세웠다. 그는 “IT 엔지니어를 영입해 팀을 꾸려 SW 개발에 착수했다”며 “창업 초기 연구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고학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개발 방향성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로 정부 대상 사업(B2G)에서 대학 박물관·재단법인 등 민간으로 넓혀 내년까지 시험 도입 기관을 50군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연구자의 주관성을 보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SW도 개발 중”이라며 “문화재 발굴 분야의 IT 상상력을 현실화시키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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