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또 '신재생 과속'…전기료 오른다

RPS비율 올 9%서 단계적 상향

내년 12.5%●5년 뒤엔 25%로

RPS 비용으로만 10조 넘게 쓸듯

시가 2배 값에 REC 사오던 정부

구매량까지 늘려 혈세 수조 투입

송·배전망 비용 반영땐 인상폭↑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율이 올해 9%에서 2026년부터는 25.0%로 대폭 상향 조정된다.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500㎿ 이상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는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RPS 비율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매년 발전사업자들이 추가 구매해야 할 REC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지난 4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으로 RPS 비율 상한을 기존 10%에서 25%로 확대한 것과 관련한 연도별 의무 비율을 대통령령 위임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12년 도입 당시 2%였던 RPS 비율은 매년 상향돼 올해 9%까지 높아졌으며 2022년 12.5%,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2026년 25.0%로 상향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태양광 설비가 늘어나면서 REC 발급량이 수요를 초과했고 REC 가격이 급락해 시장에 팔지 못해 남아도는 REC가 발생했다”며 “이번 개정으로 신재생에너지 REC 수급 여건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현물시장에서 가격 안정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입법 예고와 함께 관계 기관 의견 수렴 및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논의 동향 등을 반영해 연내 의무 비율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RPS 비율의 급격한 상향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RPS 관련 비용은 지난 2016년 1조 3,074억 원에서 지난해 2조 9,472억 원으로 5년새 2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RPS 비율은 7.0%로 2016년(3.5%) 대비 2배 상향됐지만 관련 비용 상승 폭이 훨씬 컸던 셈이다. 2026년 RPS 비율이 25.0%로 올해(9.0%) 대비 3배 가까이 상승하는 만큼 5년 뒤 RPS 비용은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수익 보전을 위해 정부가 시장가격 대비 높은 가격에 REC를 구매하도록 하고 있어 추가적인 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1㎿h당 REC 고정 거래 가격을 당시 REC 현물 가격인 3만 3,400원보다 2배 이상 높은 7만 1,947원으로 책정했다. 이달 초 REC 현물 가격 또한 3만 2,264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시장가 대비 2배 이상 높은 고정 거래 가격을 보장해 태양광을 비롯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수익을 보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 같은 수익 보전 재원은 모두 전기요금을 통해 일반 국민의 주머니에서 갹출할 수밖에 없는 데다 에너지 가격에 휘청이는 기업들에는 직격탄이다. 가뜩이나 화석연료를 줄이며 운송 부문까지 전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등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송·배전망 비용 등이 포함된 새로운 요금 체계까지 구상하고 있어 결국 향후 요금 인상은 고정 변수이며 인상 폭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부분을 포함한 송·배전망 요금 체계가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한 신규 망요금 체계(전기요금)가 필요하며 관련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발전량 변동 폭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추가 송·배전망 구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확대 등이 필수다. 지난달 공개된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송·배전망 구축에 드는 비용은 오는 2034년까지 29조 3,17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NDC를 충족하기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설치되는 ESS 관련 비용만 1,248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발전 의존도가 높은 데다 송·배전망 비용까지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영국의 경우 지난달 한때 전기요금이 1㎿h당 540파운드(87만 원)까지 치솟았다”며 “한국의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 1㎿h당 7만 3,000원으로 영국의 10분의 1 수준이 채 안 되지만 지금과 같은 에너지 전환 정책하에서는 10여 년 뒤 영국에 못지않은 비싼 요금 고지서를 받아 드는 가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