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보급 과속 정책에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상승이 맞물리면서 연료비의 기준이 되는 계통한계가격(SMP)이 1년 새 77% 가까이 껑충 뛰었다. 발전 변동 폭이 큰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LNG발전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데다 올 겨울 한파 가능성에 대비해 글로벌 LNG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SMP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SMP는 1㎾h당 98원 77전을 기록해 1㎾h당 55원 94전을 기록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76.6%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산출한 전체 전력 거래 금액을 전력 거래량으로 나눈 지난달 평균 정산 단가 또한 1㎾h당 87원 65전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3% 늘었다.
이 같은 SMP 및 평균 정산 단가 상승은 LNG 가격 상승 및 관련 발전량 증가와 관계가 깊다. 전력거래소는 발전 가격이 저렴한 원자력·석탄 등의 순서대로 발전소를 가동시키며 제일 발전 단가가 높은 LNG발전은 가장 마지막에 가동한다. SMP는 최종 발전하는 발전소의 발전 단가를 기준으로 한다. 지난달 LNG가 SMP에서 차지한 비중이 전년 동월 대비 8.2%포인트 증가한 79.2%를 기록한 데다 LNG발전 단가 또한 1년 새 2배가량 높아져 SMP가 빠르게 치솟았다. 한국전력은 전력 수요가 급증하거나 발전량이 급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발전 요청 시 1시간여 만에 발전이 가능한 LNG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
SMP 상승세는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가격 지표인 JKM의 LNG 현물가격(11월물)은 6일(현지 시간) 100만 BTU(열량 단위)당 56.32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LNG 가격이 100만 BTU당 18.65달러였다는 점에서 한 달 새 3배가량 훌쩍 뛴 셈이다. 코로나19 관련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지난해 4월 100만 BTU당 LNG 가격이 2달러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JKM은 LNG 주요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물 LNG 가격 지표로 국내 도입 LNG 가격 또한 치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국내 LNG 도입 시 현물 비중이 10% 중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다음 달 말까지 LNG 재고가 충분한 만큼 아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JKM 외에 헨리허브 지수 기반의 LNG 도입, 카타르에서 추가 LNG 도입 등을 통해 LNG 수급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올해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역대급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LNG 가격 및 글로벌 수요 모두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LNG 가격 및 SMP 상승은 한국전력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이 같은 LNG 가격 상승분을 즉각 반영할 수 없는 데다 반영 폭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올 4분기 요금을 전 분기 대비 1㎾h당 3원 올렸지만 올 1분기 전기요금을 1㎾h당 3원 낮춘 것을 9개월 만에 원상 복구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한전의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르면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3조 8,492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청와대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따른 정무적 판단 및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LNG 가격 상승에 따른 한전의 재무 악화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