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2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살해되고 시신이 소각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정부는 그 전에 실시간으로 관련 사실을 파악했고 청와대에까지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전 녹화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방해가 될까 모른 척했고, 통일부 장관은 새벽 시간이라서 다음날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더 기막힌 것은 NSC 긴급회의가 소집된 그 시간 문 대통령은 한가로이 아카펠라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차가운 밤바다에서 북한군의 총탄에 우리 국민이 죽임을 당하고 그 시신에 기름이 부어져 불태워졌는데도 문 정부는 출처 불명의 김정은 유감 표명이 감격스럽고, 더욱이 대통령의 단잠을 깨울 일은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이게 나라인가.
또한 정부는 애꿎은 우리 국민을 월북자로 몰아갔다. 조사를 맡은 해경은 구명조끼는 실족이 아니라는 증거로, 북측이 파악했다는 신상 정보는 월북 의사로 둔갑시켰다. 그러면서 살해당한 공무원에게 빚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해경의 발표를 심각한 인권 침해로 결정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고인의 아들에게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이 약속은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하는 것이 첫 번째 책무다. 미국은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시켰다. 또 한 쪽밖에 안 되는 짧은 공동성명에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 발굴을 포함시켰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북한에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 6명은 단 한 명도 풀려나지 못했다. 문 정권 4년 반 동안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을 누린 우리 국민도 833명에 불과하다. 북한과 정상회담 한 번 안 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까지 김정은과 수차례 친서를 주고받았다는데 그 과정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나. 피살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정부는 고인의 사망을 인정하지 않아 아직도 실종 상태다. 당연히 장례를 치를 수 없고 월북 낙인이 찍힌 고인의 아들은 그토록 꿈꿨던 육사 진학까지 포기했다. 고인의 형님은 “국민 한 명도 지키지 못하면서 종전과 평화를 선언하는 게 말이 되냐”며 “참 나쁜 대통령이다”라고 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사실 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시신도 찾지 못한 채 월북자 가족의 오명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이제라도 대통령은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사람이 먼저라던 대통령의 말이 허언은 아니었는지, 우리 국민들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