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생지옥이 따로 없다" 백신 피해자 눈물에 정부 "00하겠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지옥이 따로 없다. 가족을 잃고 남은 이들은 일도 못하고 일상생활이 풍비박산났다. 우리는 국가사업에 충실히 참여한 죄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상 반응 피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가 지난 7일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쏟아졌다. 이들은 백신을 접종한 후 가족이 사망했거나 중태에 빠졌다고 호소하면서 정부에 백신과 이상 반응 간의 인과성을 더 폭넓게 인정해 피해를 보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정춘숙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이 같은 사연을 듣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안현준 씨는 지난 8월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아버지가 이튿날 심정지 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다며 "많은 사람이 접종 후 짧은 시간 내 상태가 악화해 사망한다. 연관성이 없다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부작용을 책임진다던 약속을 지키라"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는 김근하 씨도 "인과성 인정이 안 된다는 A4용지 한 장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무슨 근거로 인과성이 없다고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한 달 약값만 100만원으로 경제적 부담도 심하다"라며 "부작용을 책임진다던 정부는 '나 몰라라'한다"고 지적했다.

안병두 씨는 부인이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5일 후 흉통 호소에 이어 심근염 진단을 받고 심장 이식 수술까지 받아 생업을 제쳐두고 간병에 매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인이 심장 쪽으론 (기저질환이) 하나도 없었다"며 "그런데 질병청에서 인과성을 부정하는 안내문을 달랑 한 장 받았다"고 푸념했다. 이어 "집사람과 같은 병으로 배상받은 분이 한 분 있는데, 우린 안됐다"며 "왜 그런 건지 자세히 밝히지도 않았고, 보고서도 못 보여준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지자체에선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했는데 사건이 중앙으로 올라가면서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됐다"며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 심의과정에서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판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에 소송을 제기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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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이상반응 인과관계 평가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평가 결과에 대한 상세한 내용도 알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지원확대 노력하겠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미흡한 점을 인정하면서 추후 환자 입장에서 지원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잘 설명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어떤 이상 반응이 생길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인과성의 범위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그간의 대응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정부 내에서 여러 지원 방안을 같이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복지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백신접종 부작용에 대해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 말만 믿고 백신을 접종했다가 부작용이 나타난 이들에게 정부가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이 높은데 부작용, 사망사고가 보도되면서 55만명은 여전히 맞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완전히 책임진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심근염인데도 어떤 경우는 인정되고 어떤 경우는 인정이 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치료비가 많이 드는 피해자들도 많기 때문에 정부가 치료비를 먼저 지급하고 이후 인과성이 밝혀지면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국민이 백신을 맞은 것은 본인 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서"라며 "만들어진지 1년밖에 안 된 백신이 (이상반응과) 인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표현은 애매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백신이 신속개발되고 긴급승인됐기 때문에 이상반응 입증이 어려운 그레이존이 있다"면서 "(이상반응에 대해) 기초 단위라도 관련된 논문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보상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돕자는 제언도 나왔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을 통해 기금을 조성해 이상 반응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자"고 했고, 정 청장은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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