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상원이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공식 제정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빈곤 문제 등 더 시급한 사안이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제정을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전체회의에서 아르헨티나 상원은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을 47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원 표결, 대통령 서명 등을 거치면 김치의 날은 공식 기념일이 된다. 11월 22일은 한국김치협회가 주도해 세워진 김치의 날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아르헨티나 김치의 날 제정을 주도한 마그달레나 솔라리 킨타나 상원의원은 표결에 앞서 약 11분간 김치에 대한 연설을 진행했다. 솔라리 킨타나 의원은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보물이자 상징이며, 우리가 한국과 수교를 시작한 지도 59년이 지났다"며 한국과의 우호 강화를 위해 김치의 날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김치의 효능과 김치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김치의 날 제정에 대해 현지 언론과 온라인에서는 일부 비판 여론이 나왔다.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은 “아르헨티나 사회가 기록적인 수준의 아동 빈곤을 겪고 있다”며 “솔라리 칸나 의원은 1년 반 만에 열린 대면 회의에서 한국 요리인 김치에 대해 연설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빈곤, 코로나19 등의 문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상원이 김치의 날 제정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이다.
현지 누리꾼들도 트위터를 통해 “김치는 좋아하지만 이게 꼭 필요했나” “(아르헨티나) 인구 절반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실업률은 11%인 상황에서 상원이 김치의 날 법안을 가결한 게 말이 되나” 등의 의견을 밝혔다.
한편 지난 4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 집계 결과 지난해 하반기 기준 아르헨티나 빈곤율이 42%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 하반기와 비교해 6.5%포인트가 늘어난 수치로, 최근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가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중남미 빈곤율 33.7%보다도 높다. 특히 14세 이하 어린이의 빈곤율이 57.7%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