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과세권 배분율·중간재 매출 귀속이 국가별 디지털세 득실 가른다

[136개국 합의 디지털세 '숨은 디테일'은]

기존 사업장·자회사 납부 세금

이중과세 방지 원칙은 있지만

구체적 기준은 아직 결정 안돼

국내 수출기업 81곳, 바하마 등

최저세율 미만 국가에 자회사

협상 따라 稅부담 더 커질수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023년 디지털세 시행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에 내던 법인세 중 수천억 원을 해외에 납부하게 된다. 또 모회사와 자회사가 세계 어디에 있든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야 해 우리 수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글로벌 조세개혁으로 당장 국내 세수에는 손해가 없지만 국가별 과세권 배분 비율 등 향후 디테일한 논의 결과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가 발표한 디지털세 도입안에 합의안의 국내 기업과 세수의 득실을 따져봤다. 디지털세의 필라1은 연간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 원), 이익률 10% 기준을 충족하는 다국적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얻은 통상이익률(10%)이 넘는 초과 이익의 25%를 시장 소재지에 내기로 했다. 필라2는 연결매출액이 7억 5,000만 유로(약 1조 1,000억 원) 이상인 다국적기업에 대한 15% 이상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다. 개별 국가들이 자국 내 비준 및 입법 절차를 완료하면 2023년 발효된다.





①조세 중립성 유지되나 납세비용 증가=디지털세를 적용하는 매출 기준은 2023년이며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 페이스북 외에 삼성전자(2020년 매출액 236조 원, 영업이익률 15.2%), SK하이닉스(2020년 매출액 32조 원, 영업이익률 15.7%) 등 100여 개 기업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적인 과세는 2024년 말부터 이뤄진다. 이들 글로벌 기업은 초과 이익의 25%를 본국이 아닌 매출 발생 국가에 납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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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실적으로 추정해 보면 초과 이익(12조 3,000억 원)의 25%에 한국 매출 비중(16%)을 제외하면 약 2조 6,000억 원에 대한 세금 수천억 원을 매출 발생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해외에서 디지털세를 납부한 기업은 외국 납부 세액공제에 준용한 보완 장치를 마련해 이중과세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같은 금액이더라도 새로운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하는 과정에서 납세 협력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2030년부터는 디지털세 부과 기업 매출 기준을 현재 200억 유로에서 100억 유로(약 13조 5,000억 원)로 축소할 계획이어서 국내 대상 기업도 3~5개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②삼성 유출만큼 구글·넷플릭스가 메워줄까=국세 수입 차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수가 줄어드는 반면 넷플릭스·구글 등으로부터 걷을 세금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지난해 한국에서 앱스토어로만 매출이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글이 국내에 납부한 세금은 97억 원에 불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매출은 발생하지만 그간 충분히 과세하지 못했던 거대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권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과세권 배분율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지 못하면 정부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줄어들 세수가 1조 원가량이라면 그 이상을 다국적기업으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A 기업의 이익률을 20%라고 가정하면 통상이익률(10%)을 웃도는 초과 이익(10%) 중 25%에 대한 과세권을 매출 발생국들이 나눠 갖는다. 매출액 기준으로 나눌 가능성이 높기는 하나 아직 국가별 배분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주요 매출 발생 국가와 분배하다 보면 실제 우리나라가 걷을 세금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아울러 기업들의 경우 기존에 있던 고정 사업장에서 세금을 냈던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 여부(세이프하버)도 추가 논의 대상이다. 반도체 등 중간재에 대한 매출 귀속 기준도 정해지지 않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처럼 앞으로 논의할 일종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결과에 따라 기업들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기존 고정 사업장이나 자회사에서 충분히 세금을 낸 부분에 대해 이중과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디까지 인정해줄지, 추가로 배분하지 않을지 등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며 “마이너하게 보일 수 있으나 기업들은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③최저한세(필라2) 도입으로 수출 기업 세 부담=OECD에 따르면 현재 최저한세율이 15% 미만인 나라는 바하마·헝가리·스위스 등 22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연 매출 1조 원 이상 국내 기업 중 이들 22개 국가에 자회사를 둔 기업은 81개로 분석했다. 최저한세율 15% 도입 시 실효 세율 부담이 10%인 저세율 국가에 법인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이라면 미달 세액인 5%만큼을 본사가 있는 한국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아일랜드·홍콩 등 저세율 국가를 활용해 세 부담을 줄였던 수출 기업으로서는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단 제조업의 경우 기계 설비나 채용 인력 등 실질적인 사업 기반이 있는 점을 고려해 해당 비용의 5%를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준다. 국제해운업은 아예 최저한세율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외 진출 초기 단계의 다국적기업도 5년간 예외를 둔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장기적으로 세금 줄이는 것만 보고 진출하는 것은 메리트가 없으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합의안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재무장관회의 논의를 거쳐 이달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추인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G20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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