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한 직장인이 최근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총 7만 명이 2조 6,000억 원어치의 퇴직연금을 빼갔다. 주택 구매 자금이나 임차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후 자금을 당겨온 사례가 많았다. 급등하는 집값으로 퇴직연금에 손을 댄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는 7만 1,931명으로 지난 2016년에 비해 1.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도 인출액은 1조 2,317억 원에서 2조 6,341억 원으로 2.1배 늘었다.
퇴직연금 중도 인출액은 최근 4년간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2016년 1조 2,318억 원 수준이었던 퇴직연금 중도 인출액은 2018년 2조 5,808억 원까지 늘면서 2조 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을 중간에 현금화한 인원은 2016년만 해도 4만 91명 수준이었는데 2017년에는 5만 1,782명까지 불어났다가 2018년 들어서는 7만 명대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중도 인출 사유 중 대다수가 주거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의 경우 중도 인출액의 62.3%가 주택 구매, 주거 목적 임차 보증금 등 부동산 관련 자금 마련에 쓰였다. 액수로 따지면 1조 6,420억 원이다.
집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노후 자금을 빼서라도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당 평균 거래 가격은 2016년 1월 634만 8,000원에서 지난해 말 1,222만 1,000원으로 1.9배 증가했다. 전국 아파트의 경우 같은 기간 358만 8,000원에서 526만 9,000원으로 46.9%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중도 인출액 중 장기 요양, 파산선고, 회생 등 생활고로 자금을 뺀 비율도 36.3%에 달했다. 액수로는 9,569억 원 수준이다. 특히 40~50대에서 생활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는 금액이 늘어났다. 이들이 생활고로 중도 인출한 퇴직금은 2016년 3,729억 원에서 2020년 6,703억 원으로 79.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