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의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최대 8인까지 늘리는 등의 방역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우선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위드 코로나 체계에서 접종 완료자에 한해 다중 이용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백신 패스’ 시행을 앞두고 중간 단계로 시험을 해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최근 1주간(10월 7∼13일) 일평균 지역 발생 확진자는 1,745.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도권이 1,327.1명으로 직전 주(1,551.9명)보다 224.8명(14.5%) 줄었다. 비수도권의 확진자 수는 417.9명으로 직전 주(516.1명) 대비 98.2명(19.0%) 감소했다.
방역 지표에서도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10월 3~9일) 전국 감염재생산지수는 0.89로 4주 연속(1.03→1.04→1.20→0.89) 증가세에서 벗어나 1 미만으로 감소했다. 유행 확산을 가늠하는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가 1 미만이면 유행 억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뜻한다.
접종 완료자 비율이 인구 대비 60%를 넘어서면서 ‘백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접종 완료자는 이날 0시 기준 총 3,120만 8,900명으로 전체 인구의 60.8% 수준이다.
다만 정부는 4차 대유행의 재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연장하지 않는 등 방역 조치를 완화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추석 연휴 이후로 전반적인 이동량이 증가하고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등 위험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기 전에 유행 상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며 방역 완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동절기의 경우, 바이러스 활성이 잘 보존되고, 환경 적응성이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유행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단계적 일상 회복과 함께 사람들의 활동량이 증가할 수 있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구체적인 위드 코로나 전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이날 열었다. 위원회는 우선 이달 말까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로드맵에는 일상 회복 단계 설정과 함께 방역 수칙 해제의 우선순위, 방역·의료 대응 체계, 사업장별 재택근무 방안, ‘백신 패스’ 도입 여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