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맞춰 야심차게 출시했던 ‘신(新)배당지수’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배당 투자 활성화를 위해 코스피고배당지수·KRX고배당지수·코스피배당성장지수·코스피우선주지수 4종을 내놓았으나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상장폐지가 이어질 뿐 아니라 상품들의 설정액도 100억 원대로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낮은 유동성, 비싼 지수 이용료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말 코스피배당성장50지수를 기초로 했던 ‘KINDEX배당성장’ ETF의 상장을 폐지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동부자산운용은 코스피 고배당지수를 기초로 하는 ‘마이티코스피고배당’을 상장폐지했다.
지난 2014년 말 거래소는 신배당지수 4종을 발표하며 배당 투자 활성화를 꾀했다. 기존에 있던 거래소 배당지수(KODI·코디)는 시가총액·배당수익률 등 스타일의 일관성이 부족했고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돼 코스피200지수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이 높고 향후 고배당 성향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들을 선정해 지수를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지수를 신청한 운용사도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한화자산운용·동부자산운용 등 일부에 불과했고 실제로 상품 출시로 이어진 것은 6개뿐이었다.
신배당지수가 자산운용사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유동성 문제가 가장 컸다. 중소형주의 비중이 높다 보니 유동성이 낮은 종목이 편입됐고 종목 비중을 조정할 때 유동성 부족에 따른 추적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았다. 아울러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대다수는 이미 상품에 편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부족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특히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이 20~50개에 불과해 변동성이 큰 것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신배당지수는 출시 7년 만에 유명무실한 지수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TIGER배당성장’ ‘TIGER코스피고배당’ ‘KODEX배당성장’의 설정액은 이날 기준 405억 원에 불과했다. 삼성자산운용이 기존의 코스피배당성장50지수를 활용해 산출한 ‘KRX배당성장채권혼합지수’를 기반으로 한 KODEX배당성장채권혼합ETF의 설정액도 192억 원 수준이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의 유동성이 낮아 수조 원대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등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불가능하며 활용도가 낮아졌다”며 “거래량이 없다 보니 비싼 지수 이용료를 내고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