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글로벌 공급망 위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코로나·美中 기술 패권 경쟁에

글로벌 가치 사슬 빠르게 재편

규제 완화로 핵심기술 확보하고

해외진출 기업 U턴 정책 펼쳐야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최근 물류 대란과 원자재 가격 급등, 반도체 수급 차질에 이어 중국의 전력난까지 한꺼번에 덮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일시적 생산 차질을 넘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단기적 효율성 위주로 조성됐던 글로벌 가치 사슬(GVC)이 중장기적 안정성과 복원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돼가고 있다. 즉 가치 사슬이 비용 최소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를 중심으로 글로벌하게 형성되던 것에서 벗어나 위험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지역 및 권역, 국가 단위의 지역완결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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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보와 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도 GVC 재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 등 4가지 핵심 분야에 대한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 상원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및 통신법’ ‘무한 프런티어법’ ‘전략적 경쟁법’ ‘중국 도전 대응법’ ‘2021년 무역법’ ‘미국 미래 보장법’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법안인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총 2,500억 달러 지원을 통해 중국과 ‘초(超)격차’를 유지하고 동맹국들과 협력해 중국 견제를 한층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모든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시스템, 재고, 고객사별 매출, 공장 증설 계획 등 세부적인 정보를 오는 11월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국방물자생산법(DPA) 등 다른 강제 수단을 적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일본에 더 큰 타격을 줬다는 평가도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비로는 상당히 미흡했다. 2013년부터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했지만 지원 대상 선정 요건이 까다로워 국내 유턴 성과는 상당히 부진했다. 2019년 유턴법을 개정해 지원 대상 업종을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정보통신업으로 확대하고 비수도권에 입주하는 유턴 기업에 대한 국공유지 사용 특례를 신설했다. 또한 유턴 기업의 법인세 감면 혜택 확대, 외국 인력 고용 조건 완화, 스마트 공장·자동화 설비 지원과 더불어 국내 복귀 인정 기준 대폭 완화, 연구개발(R&D)센터 유턴 인정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KOTRA의 유턴 기업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금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103개에 불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서도 2020년 말 기준으로 해외 진출 기업 2만 790개사 중 유턴 기업은 1% 미만이었고 조사 대상 기업의 99.5%는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지원 정책 중 하나인 신용보증기금의 유턴 기업 보증도 2016년 이후 지금까지 10개사(보증 금액도 60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이 크지 않은 인센티브 확대, 지원 조건 완화만으로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기업 유턴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화를 위기 아닌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기술(초혁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환경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협력적 노사 관계 구축과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또한 미래 핵심 기술을 중국이 주도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탈(脫)중국과 더불어 기술 중심으로 사업 거점을 재편해나가야 한다. 특히 산업 안보와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기업을 위주로 차등 지원하는 선택적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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