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리아’의 국내 도입이 늦어져 백혈병 걸린 아이는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약값 5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살던 집까지 팔았지만 이미 손쓰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백혈병 환아 모친 이보연 씨는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팔 집도 없어 약을 쓰지 못하는 많은 부모들이 있는 만큼 지원을 적극 고려해 달라”며 이렇게 호소했다. 남 씨의 자녀와 같이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했던 백혈병 환우들에게 희망이 생길 전망이다.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가 건강보험(건보) 급여를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하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3일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열어 킴리아에 대한 급여기준을 심의했다. 암질심은 한국 노바티스가 신청한 두 가지 적응증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건보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킴리아는 국내 첨단재생바이오법으로 허가받은 1호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CAR-T) 치료제다. 단 1회 투여로 환자의 장기 생존 및 관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대상 환자는 200여명이다. 하지만 약값이 환자 1인 당 4억 6,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여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쓸 수 없는 실정이다. 보험 적용으로 약값이 인하된 일본에서는 3,264만 엔(약 3억3,900만 원) 수준이다.
노바티스는 올해 3월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은 후 건보 적용 신청을 했지만 암질심을 통과하는 데만 7개월이 걸렸다. 워낙 비싼 약값이 문제였다. 노바티스는 지난 9월 암질심에서 한 차례 ‘보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임상적 유효성은 충분히 인정받았지만 성인 림프종에서 비용 대비 효과성 등을 판단하기 어렵고, 회사의 재정 분담안도 부실했다는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환자에 건보 재정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번에도 암질심은 제약사의 추가 재정분담 조건을 내걸었다. 해외 약가 수준을 고려해 더 높은 수준의 위험 분담과 거대 B세포 림프종의 경우 치료성과 기반 위험분담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건보 등재 과정에서도 재정 문제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암질심을 넘은 킴리아는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적정성 심사와 건보공단과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구체적인 재정분담 내용은 향후 약가협상 단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은 4~5개월 소요돼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으려면 내년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혈병 환우들은 노바티스가 2018년 약값 수용을 거부해 급여화가 늦어진 ‘글리벡’사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관계자는 “노바티스는 킴리아 약가를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하해야 하고, 정부도 늦어지는 심사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환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등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후속 과정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킴리아의 건보 등재는 국내에 대기 중인 초고가 의약품 급여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예정이다. 노바티스의 ‘졸겐스마’(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25억 원)와 ‘빈다맥스’(심근병증 치료제·2억 5,000만 원)가 건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또 치료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MSD ‘키트루다’와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도 1차 치료제로서 보험 적용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