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친환경 인사들이 탄중위 장악…靑 입맛 맞는 '강경안' 밀어붙여

[더 강도 높이는 탄소중립]

■ 이상만 앞세운 탈탄소 시나리오

추천명단 없던 윤순진 위원장 등

친환경론자로 주요 구성원 채워

탄소배출 부담 가장 큰 3안 채택

철강·車 등 경쟁력 저하 불보듯

"산업계 입장 제대로 반영 안돼"

경총·전경련 등 주요단체 일제 비판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윤순진 민간위원장이 추진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윤순진 민간위원장이 추진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아서 어떻게 위원들이 꾸려졌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윤순진 탄중위 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탄중위 민간위원 임명 절차를 묻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양 의원이 “정부 추천 명단에 위원장 이름은 없었는데 누가 추천했느냐”고 재차 묻자 윤 위원장은 “누가 저를 추천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산업계에서는 이날 윤 위원장의 답변에 대해 지금의 탄중위가 얼마나 편향적이며 깜깜이로 구성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양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탄중위 위원 구성 작업은 각 부처가 추천한 인사들을 청와대가 검토한 뒤 대통령이 최종 위촉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문제는 각 부처가 추천한 명단에 윤 위원장은 물론 탄중위 에너지혁신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등 주요 인사들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탄소 중립 가속페달을 밟기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중심으로 탄중위를 꾸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탄중위는 2050년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낮추기 위한 두 가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탄중위는 8월 2050년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1안(2,540만 톤) △2안(1,870만 톤) △3안(0톤)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이 중 가장 탄소 감축 부담이 큰 3안을 기초로 최종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5년마다 산업·발전·수송 등 부문별 감축량 조정은 가능하지만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관련기사



이날 결정에 대해 산업계는 탄중위의 현재 구성원 면면을 고려했을 때 이미 예상된 결과라고 말한다. 우선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순진 교수는 탈원전에 기반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친환경 인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에는 서울시 녹색시민위원으로 활동하고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 국민서명운동 본부’ 집행위원으로 일하는 등 현 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보조를 맞춰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임춘택 에너지혁신 분과위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필요성을 꾸준히 역설 중이다. 지난달 원장 낙점 당시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탄중위의 각 부문 위원장도 친환경론자들이 독식하고 있다. 경제산업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녹색성장위원회 위원과 국가기후환경회의 분과위원 등을 역임했다. 공정전환 분과위원장인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와 전력산업기후포럼 회장 등을 역임했다. 기후변화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의찬 세종대 기후에너지융합학과 교수도 ‘탄소 중립 2050’을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인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이처럼 편향된 구성 탓에 산업계 인사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업종 등 산업계를 대표해 탄중위에 참석한 인사들은 정부 시나리오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어차피 청와대가 결정한 사안인데 굳이 여기서 반대해서 미운털 박힐 필요가 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결국 산업계 목소리는 묻히고 청와대와 친환경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나리오가 마련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탈탄소 과속 행보’가 산업 경쟁력 하락과 전기요금 상승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철강 업계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수소환원제철’에 대해 경제성 문제로 도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결국 높은 값에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거나 철강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들은 탄소 중립 대응 전략을 수립한 기업이 15%에 불과한 만큼 탄소 중립 과속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다. 전기요금도 정부의 값비싼 신재생 보급 확대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실제로 요금 체계 개편을 고민 중에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 단체들은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경총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급격한 변화가 기업의 생산 설비 신증설 중단, 해외 이전, 고용 감소 등 국가 경제의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제라도 산업계의 의견을 전면 재검토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치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양철민 기자·김인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