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시설 설치 확대·어린이 사망 교통사고 가중처벌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무인 교통단속카메라 설치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보호구역 외 통학로는 안전시설도 부족해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약 두 달간 29개 어린이 보호구역을 조사한 결과, 20개 지점(68.9%)에 무인 교통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19일 밝혔다. 20개 지점 중 19개 지점에는 속도 인식 기능이 없는 다목적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또 29개 어린이 보호구역을 통과하는 차량 480대 중 98대(20.4%)는 제한 속도인 30㎞/h를 초과해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원은 "무인 교통단속 카메라는 규정속도 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목적 외에도 단속장비를 인지한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다"며 "어린이 보행량이 많은 초등학교·어린이집 출입구 인근에는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시설 설치가 늘고 있는 것과 달리 보호구역에 인접한 통학로에 대한 안전관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초등학교·어린이집 주변 주거단지의 주출입구 16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횡단보도·신호등·미끄럼 방지시설 등의 설치율이 보호구역에 비해 최대 약 80%포인트 차이가 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끄럼 방지시설은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우 평균 설치율이 86.2%인 반면 통학로는 6.3%에 그쳤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보행자용 신호등 설치율은 55.2%였지만 통학로의 경우 18.8%로 36.4% 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은 어린이 보호구역 외에도 안전한 통학로를 선정한 뒤 어린이의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안전한 통학로 프로그램(SRTS·Safe Routes To School)'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주택가 입구에 '교통진정구역' 제도를 도입해 차량 주행속도를 보행자 보행속도(7㎞/h)로 규제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우리나라도 주요 통학로에 대한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