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의 다섯 번째 주인으로 전기버스 업체인 에디슨모터스가 선정됐다. 쌍용차는 새 대주주와 함께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를 맞게 됐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관측이다. 미래차의 핵심인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북미 등에 새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면 또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0일 “쌍용차의 관리인 보고 평가 결과 이엘비앤티(EL B&T) 컨소시엄은 자금 조달 증빙이 부족해 평가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엘비앤티가 후보에서 제외되면서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은 자연스럽게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으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리인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에디슨모터스를 선정해달라고 신청하면 법원이 이를 판단해 허가하게 된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유일한 후보로 에디슨모터스만 남은 만큼 사실상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에디슨모터스와 함께 KCGI,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쎄미시스코, TG투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달 중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밀 실사를 진행한 뒤 다음 달 정식 투자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권자와 주주로 구성된 관계인 집회를 열어 승인을 받으면 쌍용차의 경영권은 에디슨모터스로 넘어간다. 관계인 집회에서는 담보 채권자 4분의 3, 일반 채권자 3분의 2, 주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앞서 쌍용차 매각 입찰에는 이엘비앤티가 5,000억 원대, 에디슨모터스가 3,000억 원대, 인디EV가 1,100억 원대를 적어냈다. 하지만 인디EV는 입찰을 중도 포기했고 이엘비앤티는 자금 조달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금액은 이엘비앤티가 가장 높았지만 자금 조달 능력을 소명하지 못했고 에디슨모터스가 전기차 생산 등 미래 계획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는 복합 소재 부품 생산 업체인 한국화이바의 친환경차량사업부가 전신으로 방송사 PD 출신인 강영권 대표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 897억 원, 영업이익 27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강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오는 2025년까지 연 30만 대 생산 체계를 갖춰 흑자로 전환하고 수출도 확대할 것”이라고 쌍용차 경영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공격적인 전기차 출시로 3~4년 이내에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며 “향후 4년 안에 쌍용차를 내연기관차 10만 대, 하이브리드차 5만 대, 전기차 15만 대를 생산하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면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강 대표는 “이번에 써낸 인수 금액은 말 그대로 과거의 채무를 감당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가로 8,000억 원을 조달해 쌍용차를 회생시킬 예정이며 에디슨모터스 지분 매각 등으로 5,000억 원을 더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쌍용차의 전기차 경쟁력과 관련해 “내연기관차에서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기술력을 좁히지 못해 어려움에 처했지만 전기차는 다르다”고 했다. 에디슨모터스의 독자적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구동 모터 기술을 쌍용차에 적용하면 전기차 기술력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에디슨모터스는 1회 충전에 475㎞ 주행이 가능한 전기버스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쌍용차 인수 시 최소 450㎞에서 최장 800㎞까지 주행 가능한 차량을 1년 안에 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레벨 3단계의 전기버스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업계에서는 강 대표의 장밋빛 미래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3,000억 원에 달하는 금융권 채무 외에도 7,500억 원의 공익채권 변제 자금 마련이 문제다. 여기에 미래차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가로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조달 능력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망이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회생의 한계로 거론된다. 쌍용차가 최근 유럽에 수출을 개시하는 등 판로 개척에 힘을 쏟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지금까지 대주주가 네 번이나 바뀌는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지난 1954년 하동환자동차를 모태로 설립됐으며 1977년 동아자동차공업으로 이름을 변경했다가 쌍용그룹에 넘기면서 1988년 쌍용차로 이름을 바꿨다.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됐으나 1년 만에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채권단에 넘어갔다. 그 이후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가 기술 유출 논란만 일으킨 채 2010년 철수했고 대규모 구조 조정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목숨을 끊는 등 진통을 겪었다. 다행히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돼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올해 마힌드라마저 손을 들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에디슨모터스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는 경쟁력 부족으로 수차례의 인수합병(M&A)과 정부의 지원 덕에 지금까지 생존했다”며 “이번에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연명하다 새 주인을 맞은 만큼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