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0일 남욱 변호사를 재소환했다. 검찰은 또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정영학 회계사 등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을 모두 불렀다. 검찰이 4인방을 모두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질 조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씨의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검찰이 ‘혐의 다지기’를 위해 대질이라는 최후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이날 남 변호사를 다시 소환했다. 석방된 지 14시간 만이다. 남 변호사는 검찰 출석에 앞서 ‘정 회계사 녹취록 속 그분이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처음부터 그분은 이 지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 “사실대로 잘 설명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실대로 다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씨도 지난 14일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엿새 만에 다시 불렀다. 김 씨는 정 회계사 녹취록과 50억 클럽 등에 관한 질문에 “잘 소명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다만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분양 대행 업체 대표 이 모 씨에게 100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외에도 유 전 본부장과, 정 회계사 등도 이날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검찰이 대장동 4인방을 같은 날 소환한 것은 추가 신병 확보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고 있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김 씨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한 만큼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 수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 씨를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성급히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앞으로도 2~3차례 더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도 체포 시한 내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풀어준 만큼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기소를 앞둔 유 전 본부장에 이어 김 씨와 남 변호사의 신병도 확보해 전환점을 만든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분’ ‘50억 클럽’ 등 의혹에 대해 이들 4인방의 주장이 각기 다르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질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장동 4인방이 여러 의혹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자칫 수사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며 “이미 한 차례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검찰이 혐의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씩 대질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김 씨와 남 변호사 사이 대질 조사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이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대질 조사가 앞으로 수사 방향을 좌우하는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