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연년세세’ 등의 작품을 통해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한 황정은 작가의 첫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안에서 누군가는 무심히 넘겼을 사건과 사물을 유심히 살피고 그 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후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곱씹어야 할 주제를 찾아내 독자들의 마음 속으로 깊숙이 밀어 넣는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이웃 간의 불신, 아동학대 사망 사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의 시선 등이 우리 일상 속에 아무렇지 않게 널려 있음을 조용하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때때로 자신의 무심함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황정은은 자신 만의 문장으로, 독자들을 넉넉하게 위로한다.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세상 모든 이의 안녕을 빌고, 세상을 향해 사랑한다고 되뇌는 작가의 진심이 일상에 지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번 에세이집은 출판사 창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에세이&’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일기’라는 같은 제목의 다른 글 두 편을 비롯해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책과 책꽂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등 11편의 글이 실려 있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