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콜센터) 직원 1,600명을 사실상 직고용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소속 기관을 설립한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효율성은 뒷전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민간 위탁 중인 업무를 소속 기관이 맡게 되면 가뜩이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공단의 비용 증가도 우려된다. 노노(勞勞) 갈등의 불씨도 여전해 ‘인천국제공항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21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협의회)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를 통해 공단 고객센터 직원 1,600명을 산하의 소속 기관을 통해 고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보다 더 직고용에 가까운 형태로 평가된다.
소속 기관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된 자회사와 달리 공단과 같은 법인으로서 이사장·이사회·정관이 동일하다. 때문에 조직·예산·보수·주요 사업 계획 등은 공단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다. 공단 이사장이 법인 대표자로서 사용자인 동시에 노조와의 교섭 당사자다. 또 자회사가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타 공공 기관으로 지정되는 것과 달리 소속 기관은 공단과 같은 위탁 집행형 준정부 기관이 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서울 요양원이 건보공단의 소속 기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소속 기관은 기관장과 관리 체계·예산 등을 따로 갖게 되며, 채용·인사·임금 등은 공단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건보공단은 소속 기관 채용 방안을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태스크포스(TF)’에 보고할 예정이다. 그후 세부적인 채용 전환 방식과 임금 체계 등 논의를 위해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노사전)’를 구성하는 등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노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0일 건보공단 측의 별도 기관 설립 방안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콜센터 직접고용 및 소속기관 설립에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노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본사 직원들과 자회사 직원들 간에 처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자회사 직원들이 급여나 복지 수준을 비슷하게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공공 부문이 비대해지는 것은 업무 비효율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