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체포시한(22일) 내에 가까스로 재판에 넘겼지만, 정작 가장 큰 혐의인 배임죄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뤘다. ‘대장동 4인방’ 간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공소사실 논리를 신중하게 가다듬은 뒤 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21일 오후 9시 23분께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뇌물 및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지난 3일 구속된 지 19일 만으로, 대장동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 중 처음으로 기소되는 사례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께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준 대가로 수회에 걸쳐 총 3억5,2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 정재창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줄 돈을 갹출하고, 남 변호사가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2014~2015년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대장동 개발 업체 선정과 사업 협약 및 주주 협약 체결 과정에서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는 등 편의를 봐준 대가로 700억 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공사 측에 ‘최소 1,163억 원 플러스 알파’라는 수천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에 대해서는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따진 후 결론내리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대장동 4인방’인 유 전 본부장과 김 씨,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를 모두 불러 4자 대질 조사를 벌였다. 그 분·50억 클럽 등 의혹을 두고 이들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남 변호사는 ‘그 분’을 유 전 본부장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배임 혐의를 적지 못한 점을 볼 때, 이날 4자 대질 조사에서도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임 혐의는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지만, 그 만큼 입증이 까다롭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은 앞서 김씨의 구속영장에도 배임 혐의 등 범죄 내용을 기재했지만, 금액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한 검찰이 남 변호사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속전속결로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연거푸 4인방을 조사했고 또 대질까지 이뤄진 만큼 막판 ‘혐의 다지기’를 거쳐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앞서 법원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기소도 ‘반쪽’에 그친 만큼 1~2차례 추가 소환 등 보강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