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2일 고용노동부 충남 보령지청 앞에서 '한국지엠 보령공장 중대 재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20일 설비 끼임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국지엠 노동자는 평소 설비 10대 이상의 운전과 점검을 혼자 담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과중한 업무는 사고 위험성을 높이지만, 과다 업무량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22일 전국금속노조에 따르면 20일 A씨는 자신이 담당하던 설비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설비 이상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고, A씨는 설비 안으로 들어가 확인 작업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A씨는 혼자 10대 이상의 설비 운전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혼자 설비 운전은 가능했겠지만, 수리해 정상 가동하는 일까지 챙길 수 없던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1개 설비에서 하루 적게는 2번, 많게는 20번이 경보음이 울린다"고 말했다.
인력이 더 투입되거나 설비를 멈추고 점검을 하면 A씨와 같은 사고를 줄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설비 전원을 끄면 멈출 때까지 5분 이상 소요되고, 다시 가동할 때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업이 멈추면, 다른 공정도 피해를 입는다. 이 때문에 작업 중지없이 설비 점검을 하고, 이로 인해 사고를 당하고, 해당 작업자의 과실로 이어지는 게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됐더라면 막을 수 있던 사고"라며 "물량을 소화해야 한다는 압박 탓에 전원을 끄지 않고 점검하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안전 규칙 상 위험 업무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한 사람이 몇 개 설비 이상 맡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