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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러시' ETN, ETF와 경쟁 불붙나

이달 28개↑총 247개…침체기 마감

코스피200 등 대표지수 연동으로

ETF가 독식해온 시장에 도전장

지표 가치도 7년만에 8조원 돌파

"자금유치 하려면 차별성 확보해야"





지난해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보릿고개를 겪은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를 기초로 한 상품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며 투자자들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상장지수펀드(ETF) 업계가 독식해오던 시장 대표지수 상품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진 것으로 향후 자금 유치를 위한 ETN와 ETF 시장 간의 성과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ETN 종목 수는 총 247개로 지난달 말일(219개) 대비 한 달 만에 12.8%(28개) 급증했다. 지난 21일 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가 코스피200·코스닥150 및 그 선물에 연동한 ETN 24종을 한꺼번에 상장시키면서 이달 종목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22일 기준 ETN 시장 지표 가치 총액은 8조 7,819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8.4% 증가했다. 지표 가치 총액이 8조 원을 넘긴 것은 2014년 개장 이래 처음이다. 지표 가치란 투자자가 만기까지 ETN을 보유할 시 증권사로부터 상환받는 금액으로 ETF의 순자산가치(NAV)와 유사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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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N은 기초지수 변동과 수익이 연동되도록 설계한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ETN은 ‘ETF의 동생’ 격으로 불리지만 운용 주체, 만기 유무 등 차이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ETF는 벤치마크와 실제 포트폴리오가 100% 일치하기가 어려워 추적 오차가 발생하는 반면 ETN은 증권사가 재량껏 자산을 운용하고 만기에 기초지수만큼의 수익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상품이라 운용 결과가 기초지수 성과에 못미칠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 원자재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덩치를 불려온 ETN 시장은 지난해 봄부터 최근까지 큰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4월 원유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이 2,000% 넘게 치솟고 유가가 마이너스 권역으로 곤두박질치면서 ETN은 투기적 상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고 거래소도 신규 상장 단속에 나서면서 투자자의 발길이 뜸해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대중성이 높은 지수를 활용한 ETN 상품을 반전 카드로 들고 나오면서 모처럼 시장에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지금껏 금융 당국은 경쟁 과열 예방을 위해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N 출시를 불허했지만 지난해 마이너스 원유 사태 이후 시장 건전화 방안 중 하나로 코스피200 등을 활용한 상품 출시의 길을 터주면서 이달 비로소 코스피200 ETN 등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시장지수에 기반한 상품 수요는 ETF 업계가 이미 선점하고 있는 만큼 후발 주자로 나선 증권사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들은 일부 ETN의 제비용(보수 등 미리 정한 비용)을 0원으로 설정하며 수익성보다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ETN과 ETF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저울질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지금껏 각자 노선을 구축해온 양 시장의 경쟁이 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상장된 코스피200·코스닥150 ETN은 이미 ETF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이라며 “ETN와 ETF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한 증권사의 파생상품본부 관계자는 “추적 오차가 없다는 게 ETN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이었지만 최근 자산운용사들도 이를 최소화하면서 ETN의 강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ETF 시장에서 인기를 끈 상품을 베끼는 식으로 ETN 상품 출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상품 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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