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그래도 해야 할 CPTPP 가입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의장국' 日 주도의 다자 간 무역협정

과거사·국내 저항 등에 주저하다간

보호무역·쇼티지 등에 대응 힘들어

'왜 지금에서야' 생각말고 서둘러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에 가보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그가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미국과 FTA를 맺었다.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대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았다. 국내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미국과의 FTA를 성사함으로써 이후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주요 무역국과의 협정 체결의 길을 텄고 한국이 세계 7위 무역 대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호주·베트남 등이 회원국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려 한다. 시기적으로 ‘왜 지금에서야’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바로 가입 신청을 해도 절차를 밟으면 다음 정부에 가서야 협상이 본격 개시된다. CPTPP가 출범한 3년 전, 아니면 최소한 영국이 가입을 신청한 올해 초 등 기회를 미루기만 했었다.



정부는 지난달 중국과 대만이 잇달아 CPTPP 가입을 신청했고 내년 초 의장국 지위가 일본에서 싱가포르로 바뀌므로 지금 신청한다고 설명한다. 적기를 놓쳤다는 말과 다름없다. 진정으로 원했으면 협정 주도국인 일본이 의장을 맡은 초기에 신청했어야 맞다. 추측건대 국내 저항이 두려워 정부가 주저하다가 중국의 가입 신청을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중국·대만과 우리나라의 가입 문제가 얽히게 돼 문제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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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CPTPP 가입은 신청해야 하고 꼭 이룰 필요가 있다. 한국은 오랜 경제 관계를 지닌 일본과 아직 FT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FTA는 일찍부터 필요성이 인정돼 지난 2003년 협상을 개시했으나 중단됐다. 중남미 중요 교역국인 멕시코와도 2006년 협상을 시작했으나 중단된 상태다. 일본과 멕시코가 회원국으로 있는 CPTPP와 협정을 맺으면 두 나라와의 FTA 공백을 자연스레 메울 수 있다.

호주 등 다른 CPTPP 회원국들과는 우리가 이미 협정을 맺고 있으나 CPTPP가 추가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누적 원산지 규정 때문이다. 관세 면제 혜택을 받으려면 협정 체결국 내에서 이뤄진 부가가치 비중이 일정 기준을 넘어야 한다. 양자 간 협정에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려워도 CPTPP와 같은 다자 간 협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쉽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자재를 한국에 들여와 가공 후 호주에 수출하는 상품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CPTPP가 코로나19 이후 생긴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은 애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주축 국가였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탈퇴했고 조 바이든 정부도 아직 복귀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잠재적인 CPTPP 멤버로, 미국 가입 시는 세계경제의 30%가 넘는 큰 시장이 된다. 한국이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법에 따르면 통상 협상 개시 전에 국회에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정부와 180석 의석을 가진 여당은 CPTPP 협상 계획의 국회 보고 과정을 조기에 마쳐 다음 정부가 순조로이 협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일본과 헝클어진 관계도 CPTPP를 계기로 바로 세워야 한다. 일본은 한미일 안보 동맹의 일원이자 세계 제3의 경제 대국인 이웃 나라다. 강제 징용,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걸려 있는 문제도 같이 풀어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 농축수산 등 협정으로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대책도 당연히 마련해야 한다. 다만 외형상의 지원 규모가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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