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저금리 덕 본 한은, 역대급 실적 이어가나

외화투자 이익+통안채 이자 절감

당기순익 올 9월까지 8조3,480억

사상 최대 실적 작년보다 증가세

기준금리 인상·美 테이퍼링 변수

한국은행 앞 /연합뉴스한국은행 앞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코로나19와 맞물린 세계적 저금리 기조 덕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리 하락과 해외 주가 상승에 따른 외화 유가증권 매매 차익이 늘어난 결과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4분기 실적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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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은의 월별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당기순이익은 8조 3,480억 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9월 30일 기준 7조 5,920억 원과 비교해 9.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한은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을 또 다시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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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하고 남은 자본을 순이익으로 본다. 한은의 세전 당기순이익은 2016년 4조 4,436억 원에서 2019년 7조 3,562억 원으로 3년 새 65% 넘게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는 10조 1,89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겼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세후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7조 3,659억 원으로 2019년(5조 3,131억 원)보다 38.6%나 늘었다.

한은의 자산 대부분은 외화 증권이나 예치금이고 부채는 주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이 차지하는데 금리·환율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해의 경우 국제금리 하락과 해외 주가 상승 등으로 외화 유가증권 매매 차익이 증가한 데다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안정증권 이자 비용 등이 줄면서 이익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 8월 국제통화기금(IMF)이 특별인출권(SDR) 일반 배분을 실시하면서 우리나라는 82억 SDR(약 117억 달러)을 배분받아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지만 이는 부채로도 잡히기 때문에 순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은이 거둔 순이익은 상당 부분 법인세 납부를 통해 정부 곳간으로 흘러간다. 지난해도 법인세만 2조 8,231억 원을 납부해 삼성전자(9조 9,372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법인세를 냈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세후 당기순이익의 30%는 한은법에 따라 향후 혹시 모를 손실 보전을 위한 법정적립금으로 쌓아둔다. 그 이후 농어촌 지원 등을 위한 임의적립금을 1~2% 낸 뒤 남은 재원은 정부 세입에 포함된다.

최근 국회에서는 한은의 법정적립금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한은은 신중히 판단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한은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야 하는 만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분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최대 실적 달성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 아닌 만큼 당기순이익도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얻은 결과물로 봐야 한다”며 “국제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받는 만큼 연말까지의 남은 흐름도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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