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절반을 훌쩍 넘은 261석을 확보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의 비리 의혹과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불만이 컸으나 유권자들은 안정을 택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국제 무대에 데뷔하게 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동지국을 가능한 한 조기에 직접 방문하고 이들 국가의 정상을 우리나라로 모셔 오겠다"고 말해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예고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4년여 만에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유권자는 집권 여당인 자민당을 선택했다. 자민당은 지역구(소선거구) 289석, 비례대표 176석 등 전체 465석 중 261석을 꿰찼다. 이는 중의원 상임위원회 전체 위원장과 각 상임위 구성에서 과반을 장악할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 의석 수에 해당한다. 직전 276석에는 못 미치지만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던 점에 비춰보면 좋은 성적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서 물러나고 한때 하루 2만 5,000명을 웃돌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300명 안팎으로 급감하면서 유권자의 분노가 가라앉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COP26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조율 중이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하는 만큼 한일 정상 간 첫 대면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기시다 총리는 자신이 지시한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철저히 논의해 미사일 방위력,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우주, 사이버 등 새로운 과제에 속도감을 가지고 대응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기시다 총리는 경제정책을 뒷받침할 추가경정예산도 연내 처리할 계획이다.
이번 선거가 결국 자민당의 승리로 끝났으나 곳곳에서 유권자들의 ‘심판 민심’도 나타났다.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이 지역구에서 야당 신인에게 밀려 패배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아마리 간사장의 후임으로 모테기 외무상을 임명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 외무상은 새 인물로 교체된다.
입헌민주당을 포함해 5개 주요 야당은 전국 289개 지역구의 75%인 217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단일화에 참가한 5개 야당이 확보한 의석은 직전 중의원 해산 시점의 131석에서 오히려 10석 줄어든 121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