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캐서린 타이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에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계가 술렁였다.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최초의 유색인종, 그것도 대만계 미국인이 발탁됐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캐서린 타이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수석자문위원으로 자타 공인 ‘중국 저격수’였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이기려면 중국을 가장 잘 알아야 한다는 바이든식 ‘지피지기 전략’을 보여준 인사였다. 석 달 후 미국 상원은 그의 인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중국 견제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이 대표는 1974년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나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통상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2007년 USTR에 몸 담은 후 희토류 분쟁을 포함한 미중 무역 전쟁의 전면에 나섰고 2014년부터는 대중 무역 법규 집행 담당 수석변호사로 일했다. 이어 2017년 하원 세입위 민주당 수석자문위원을 맡아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2019년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무역협정(USMCA) 협상에서 강력한 노동자 보호 조항을 넣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웃 국가의 노조 결성을 쉽게 해 미국 기업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이 줄어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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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가에서는 타이 대표를 두고 “벨벳 장갑 속의 강철 주먹”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벨벳처럼 설득에 능한 부드러움을 견지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타이 대표는 지난달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대중국 정책의 골격을 밝히며 농산물 구매 약속 등 1단계 무역 합의를 지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2010년 론 커크 당시 USTR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해 방한한 후 타이 대표가 이달 중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철강 관세 분쟁에 합의한 데 이어 중국 견제 차원에서 동맹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USTR 수장이 일본·인도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한미 경제 안보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여가는 작업이 절실해졌다. 아울러 우리에게도 언제든 통상 압력의 칼날이 닥칠 수 있으므로 이를 견뎌내기 위한 힘은 초격차 기술뿐이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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