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요동치는 채권시장...정부 구두개입도 안 통하자 결국 2兆 긴급 바이백

기재부 2차관, 긴급간담회 열어

금리·인플레·재정악화 '3중고'

정부 "발행물량 감축" 발표에도

3년물 금리 연중 최고치 경신

진정 안되면 추가 상환도 검토

안도걸(가운데) 기획재정부 2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국채 시장 점검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기획재정부안도걸(가운데) 기획재정부 2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국채 시장 점검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기획재정부




국고채 금리가 이상 급등(채권값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조 원 규모의 긴급 ‘국채 조기 상환(바이백)’에 나서기로 했다. 긴급 바이백은 정부가 시장에 예고된 물량 이상으로 유통 국채를 더 사들여 금리를 끌어내리는 일종의 고육책이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2일 서울무역보험공사에서 국내 채권 투자 기관 담당자들을 소집해 ‘국채 시장 점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바이백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긴급 바이백을 결정한 것은 최근 국채금리가 뛰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채 시장 벤치마크인 3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일 연 2.108%에 마감해 2018년 8월 2일(연 2.113%)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8월 5일(연 0.795%)과 비교하면 불과 15개월여 만에 금리가 1.3%포인트가량 뛰어오른 셈이다.



안 차관은 “글로벌 금리 상승세와 비교해 우리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한 편”이라며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긴급 바이백을 실시하고 매입 종목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추후 공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긴급 바이백 재원으로 올해 연말 국채 상환 용도로 남겨뒀던 자금까지 끌어다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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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긴급 바이백 실시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 급등세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지난달 28일 재정운용전략위원회를 열고 “올해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구두 메시지를 던졌지만 불과 사흘 만에 3년물 국채금리가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우는 등 전혀 약발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투자 심리가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진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채권값이 급락해(금리 상승) 손실을 낸 기관투자가들이 연말까지 시장에서 아예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채권 담당자는 “올해 금리 고점이 어디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몰리면서 ‘사자’ 수요가 극도로 얼어붙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매파 본색을 제대로 드러낸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행보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11월 금리 인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이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했고 내년에도 2~3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지속적으로 가격이 낮아질 상품에 투자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여 년 만에 3%를 돌파해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졌고 여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국민 1인당 최대 50만 원에 이르는 지원금 지급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국채 시장이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대 30조 원에 이르는 지원금 재원을 대기 위해서는 결국 적자 국채를 더 찍어낼 수밖에 없어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바이백 시행 이후에도 시장 불안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추가 긴급 상환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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