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축의금으로 3만원을 내고 밥도 먹지 않고 자리를 뜬 친구가 미안하다면서 보내온 택배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는 사연이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연을 공개한 이는 소설가 겸 드라마 작가인 소재원 작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터널', '비스티보이즈', '소원' 등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소 작가는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혼식에 와서 3만원을 내고 간 친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같은 내용의 글은 이날 소 작가의 페이스북에도 올라왔다.
지난 2015년 9월 결혼한 소 작가는 글에서 "결혼식 때 3만원을 내고 식비가 더 나온다며 밥을 먹지 않고 가려는 친구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소 작가는 "유일하게 고향에서 올라온 몇 안 되는 친구였다"며 "억지로 잡아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야속하게도 짧은 편지를 놓고 식이 끝나기 전에 내려가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 작가에 따르면 친구가 남기고 간 편지에는 '야간일 들어가야 해서 먼저 간다. 미안하고 진심으로 축하해. 넉넉하지 못해 작게 내서 미안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끼지 않고 축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 작가는 이어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았기에 부담을 주기 싫어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며 "가난해 본 사람은 안다. 못해도 왕복 차비를 합쳐 10만원은 썼을 텐데 친구에게 그 돈은 많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소 작가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미안해하며 밥도 먹지 않고 떠나는, 돈만 붙이거나 문자 한 통만 보내도 충분했을 축하를 친구라고 얼굴을 보이려 서울까지 온 녀석이 일 때문에 악수 한 번과 짠한 눈빛으로 축하를 대신하고 급하게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고도 했다.
결혼 후 5년 뒤인 지난 2020년 소 작가는 친구가 보낸 택배를 뜯어보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소 작가는 "오늘 집에 와보니 친구가 보낸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뜯어보니 따뜻해 보이는 명이 옷이 편지와 함께 들어 있었다"면서 "친구는 '요즘 애들은 메이커 입힌다는데 미안하다. 장날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아기 옷이 눈에 보여 안 살 수가 없더라. 밖에 입히고 돌아다니기 좀 그러면 집에서 입혀'라고 편지를 보냈다"고 상황을 전했다.
소 작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는 내 눈물을 빼내는 마법을 부리는 얄미운 녀석"이라며 "이번 주 고향에 내려가는 날 친구와 밤새워 마셔볼 참이다"라고 썼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흥해라. 친구들아", "실화인가? 정말 두 분 인생 성공하신 듯", "오랜만에 눈에 먼지가…", "마음은 갑부인 친구들", "우정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한잔 찐하게 하고 오시길" 등의 의견을 이어갔다.
소 작가와 친구의 감동적인 일화는 지난해 소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바 있다.
소 작가는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년 오늘 자네의 이야기를 적은 내 글이 SNS에 남겨져 있었다네"라며 "자네가 그리워 오늘 다시 여기저기 자네와 나의 일화를 담은 글을 작년 오늘처럼 그대로 올렸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소 작가는 "가끔은 살아가야 한다는 핑계가 소중한 것을 멀어지게 만들고 잊고, 잃게 만드는듯 하네"라며 "친구여, 우리 고향은 단풍이 무척이나 예쁘잖나. 그 단풍 우리 아이들과 나와 자네. 두 손 꼭 잡고 구경하며 놀아봅세"라고도 했다.
소 작가는 이어 "한 달에 한번도 묻지 못하는 안부가 오늘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자네 목소리도 듣지 못했단 말인지"라며 "아쉬움도 아쉽네. 그저 자네와 단풍놀이 한번 제대로 하고 그 힘으로 다시 터벅터벅 걸어볼테니 자네도 기다려주시게"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