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한두 달로는 어림도 없고 적어도 1년 이상은 지속적으로 만나야 할 것이다. 그것도 서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경우에야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만남의 시간이 항상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닐 것이다. 만나는 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며 기쁨과 슬픔, 안심과 불안, 안정과 변화 등 다양한 감정과 인지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 과정들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일 뿐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투자도 그렇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만큼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은 항상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 때로는 조용하지만 때로는 격하게 날뛰는 소(bull)나 곰(bear)과 같이 변화무쌍하다. 아마도 주식시장에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투자자들은 거침없이 상승하는 소의 모습만 봐왔기 때문에 최근에 나타난 곰의 모습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개별 주식을 매매하는 투자자들은 ‘선택과 매매’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고민스러울 것 같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급격하게 상승하던 자산시장이 최근에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간의 흐름에 대한 반발력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조정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투자를 유지하라. 상승 뒤에 조정은 당연한 것이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살아 있는 생물로서 정상적인 상태로 가기 위해 스스로 치유하고 조정하고 변화하고 있는 것뿐이다. 아이들이 크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것과 같이 시장의 성장 과정에도 고통이 수반된다. 다만 큰 차이점은 나이가 들면 성장이 멈추는 사람과 달리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조정장에서도 시장을 떠나지 않고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투자를 중지하고 시장을 떠난다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예금 금리로 자금을 운용해 자산의 실질 가치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거나 어느 시점에 시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떠났다가 돌아온다는 계획이 합리적인 것 같지만 돌아올 수 있는 ‘좋은 시점’을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조정 뒤에 오는 상승장에서 소외당할 확률이 높다.
시장이 조정을 받더라도 시장에서 떠나지 말고 투자를 유지하라. 확신이 없거나 종목 선택이 어렵다면 전 세계 주식과 채권을 포괄하는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가진 타깃데이트펀드(TDF) 같은 펀드에 장기 투자하라. 종목 교체나 타이밍 매매보다 더 좋은 결과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