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무르익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지금보다 내년까지 이익 성장세를 끌고 갈 ‘알짜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번 분기를 기점으로 기업들의 이익 개선세 둔화가 본격화되면 실적 모멘텀을 갖춘 기업들이 더욱 희소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적 둔화 국면에서도 탄탄한 이익 개선세가 주가를 떠받쳐줄 종목들은 리오프닝·콘텐츠·친환경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78포인트(1.25%) 하락한 2,975.71에 거래를 마쳤다. 3분기 어닝 시즌을 맞이해 주요 기업들이 역대급 성적을 내놓고 있지만 지수 흐름은 시원찮다. 코스피는 한 달이 넘도록 2,900~3,000선을 오르내리며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고, 코스닥 역시 1,000선 언저리를 횡보하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 위축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세계 각국의 긴축 통화정책 전환 및 금리 인상 가능성, 글로벌 공급난 등 여러 가지가 제기되지만 기저에는 향후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실제로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240곳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3개월 전과 비교해본 결과 245조 원에서 237조 원으로 3.2% 감소했다.
특히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주들의 실적 개선 폭이 축소된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국내 시가총액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각각 8조 507억 원(-12.72%), 4조 9,837억 원(-28.32%) 감소했고 현대차(-0.38%), 현대모비스(-7.40%) 등도 하향 조정됐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반영되고 있는 내년 실적 모멘텀이 크게 꺾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및 국내 매출원가 부담에 대한 우려가 완화돼 국내 기업 이익이 회복될 때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실적 둔화 국면에서도 이익 모멘텀이 주가 상승을 이끌어줄 ‘흙 속의 진주’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상장사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분석한 결과 최근까지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종목들은 코로나19 기저효과를 누릴 리오프닝, 신기술 투자로 사업 방향성을 넓혀가고 있는 콘텐츠·엔터, 탈탄소 가속화가 모멘텀이 돼 줄 친환경 업종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경우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1,090%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3개월간 추정치가 15.22% 상향됐다. 전략적 사업 확장을 위해 메타버스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엔터3사(에스엠(041510)·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JYP)와 하이브(352820), 펄어비스(263750) 등 게임주 역시 이익 개선폭이 늘어났다.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 강화에 수혜가 예상되는 OCI(010060)(이익 추정치 상향률 31.70%), 한화솔루션(4.72%) 등도 잇따라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