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휴양 도시 바릴로체는 초콜릿 축제로 유명하다. 해마다 부활절 연휴에 열리는 초콜릿 축제에는 국내외에서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2018년 축제 때는 아르헨티나에서 내로라하는 초콜릿 장인 150명이 달려들어 길이 200m짜리 초콜릿바를 제작했다. 이는 세계 최장 초콜릿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서쪽으로 1,720㎞나 떨어진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 바릴로체가 초콜릿과 인연을 맺은 것은 도시 기원과 관련이 있다. 1900년대 초 이곳을 개척한 사람들은 초콜릿 본산지인 스위스 출신이었다. 바릴로체도 ‘산 뒤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스위스 이민자들을 지칭한다.
스위스인들이 이곳에 정착한 데는 고국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환경도 한몫을 했다. 시가지 앞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있고 뒤로는 안데스산맥 줄기의 2,000~3,000m 높이 산들이 늘어서 있다. 여름에는 낚시·하이킹 인파로 붐비고 겨울에는 스키어로 가득차는 등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미의 스위스’로 불리는 이유다. 1934년에는 도시 전체가 아르헨티나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제안한 북한 방문과 관련해 ‘바릴로체’가 소환됐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일 “교황이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 인권 단체 북한인권위원회 간부의 말을 인용해 “바릴로체는 2017년 7월 영하 25.4도를 기록하기도 했다”면서 교황의 방북을 가로막는 요인은 날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워싱턴의 중평이라고 꼬집었다. 교황 방북 가능성을 흘린 청와대가 성사가 힘들 것 같으니 날씨 핑계를 대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이 와중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4일 “북한이 결단하면 교황의 방북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교황 방북에 대한 미련을 숨기지 않았다. 국제사회 호응도 받지 못하는 교황 방북과 종전 선언 등 내년 대선을 앞둔 남북 이벤트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