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결
정에도 환율 등 국제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미 연준의 정책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경우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은은 박종석 부총재보 주재로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했다. 박 부총재보는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다”며 “국제금융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원 오른 1,182원 6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FOMC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3원 10전 내린 1,178원 50전으로 출발했으나 장중 상승 전환했다. 미국의 테이퍼링 공식 발표를 전후로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던 과거 사례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다.
이로써 한은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까지 약 3주 동안 미 테이퍼링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영향을 충분히 살펴본 뒤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민간 소비가 얼마나 개선될지도 충분히 파악 가능하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가운데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금통위원이 최소 4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현재 0.75%인 기준금리를 연내 1%까지는 무난하게 올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으나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전개 상황에 따라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지거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미국 금융 환경상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빠르게 상승하는 만큼 한은도 한미 간 금리 격차에 여유를 두기 위해 내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말 기준금리가 1.75%까지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은의 매파적 태도 등으로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를 넘는 상황은 부담이다. 한은이 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안정증권 발행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지만 금리가 진정되지 않자 기획재정부가 이번 주에만 4조 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조기 상환)에 나선 상태다. 한은도 이날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 시 국고채 매입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