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통원 치료받는 노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그로 인해 자녀 일상을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요. 바쁜 자녀를 대신해 병원을 동행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병원 동행 플랫폼 스타트업 위드메이트의 지승배(43·사진) 대표가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보호자 대행 서비스의 신뢰·인지도를 높여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 대표가 개발한 플랫폼 ‘위드메이트’는 스마트폰으로 고령 환자의 병원 동행을 신청하면 대행 요원(메이트)이 진료·치료·수납 보조와 자택 복귀까지 보호자를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장애인이 아닌 고령의 만성질환자, 암 환자 등 비응급 환자가 대상이다. 지 대표는 “암 환자나 만성질환자는 보통 주 2~3회 이상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직장과 육아를 무작정 제쳐놓고 동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노부모보다 자녀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의료 동행 서비스는 지 대표의 험난했던 간병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10여 년 전 희귀 근육병으로 투병한 부친의 통원 치료 등을 전담하며 8년간 보살폈다. 부친은 완쾌됐지만 지 대표에게 남은 것은 긴 간병 기간에 소홀히 했던 직장·가정의 위기와 일상의 고단함이었다. 그는 “당시 국내에는 통원 대행 서비스가 없었다”며 “비슷한 고통과 불편을 겪을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만들자고 결심한 뒤 이를 실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인 기업으로 베타(시범) 서비스에 나선 지 대표는 시장성을 확인한 후 2017년 법인을 세웠고 플랫폼 서비스를 지난해 2월 내놓았다. 그는 “기존 병원 동행 서비스는 전화 신청 방식이 대부분이고 웹·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동행 요원과 매칭해주는 것은 위드메이트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비스 지역은 서울과 경기 일산·김포·부천 등 네 곳이다. 동행 대상은 항암·방사선치료, 혈액 투석, 물리·재활치료, 안과진료·시술 등으로 요금은 시간당 부과된다. 주로 대행 서비스가 이뤄지는 서울 5대 상급 종합병원의 평균 진료 시간을 4~5시간으로 잡았을 때 하루 10만여 원 정도다. 그는 “노부모와 멀리 떨어져 사는 탓에 물리적 거리·시간이 부담되는 보호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시범 서비스 이후 누적 이용 건수는 3,000여 건으로 회원들의 재이용률은 25%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용자 증가의 관건으로 대행 요원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요양보호사 교육원, 여성인력개발센터 등과 손잡고 정기 교육을 통해 양성한 위드메이트 대행 요원은 현재 300여 명으로 주로 여성이다. 그는 “신청자는 스마트폰으로 프로필을 보고 대행 요원을 선택할 수 있다”며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진료 후 치료 내용과 의사 코멘트 등을 적은 사후 리포트도 보호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낸다”고 말했다.
위드메이트는 보건복지부와 고양시가 주관하는 ‘고양 해피케어’ 컨소시엄에 참여해 3년째 국립암센터의 암 환자 안심 귀가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지 대표는 서울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외래 진료 노인 환자의 10% 정도까지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환자 치료 과정에서 자녀들도 어려움을 겪지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환자 가족을 돕는 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