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 "V4 중요성 국민·언론은 잘 몰라...민족의식·언어·역사 비슷"

박수현,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지시 공개

"단재 신채호, 우랄·알타이계 언어 유사하다고 분석"

"독재·공산주의 무너뜨리고 민주화, 외세 고통 비슷"

"EU 최대 투자처이고 2대 교역국, 650 기업 진출"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바르케르트 바자르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공동 언론 발표에서 공동번영의 길로 나가자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바르케르트 바자르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공동 언론 발표에서 공동번영의 길로 나가자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5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정부도 ‘V4(비세그라드 그룹,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국가들과의 외교를 비중 있게 봐야 한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7일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문 대통령의 V4 관련 지시사항을 전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관저에 도착하자마자 채 환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모들에게 순방 후속조치에 대한 구체적지시를 내렸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귀국하는 기내에서 생각한 뒤 주말이 지나는 동안 혹시 그 느낌을 잊을까 염려해 즉시 전달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박 수석은 “중유럽 4개국 V4에 대한 부분은 지시보다도 거의 강의처럼 논리적이고 자세했다”며 문 대통령의 말을 옮겼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중 아쉬운 점이 있다. V4 4개국의 역동성과 중요성에 대해 우리 기업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 국민이나 언론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순방 준비 중 보고받은 것보다 이 나라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을 정도”라며 “앞으로 이 나라들에 대해 언론이 국민께 자세히 알려 드리고 이 나라들과의 협력과 연대가 우리나라 발전과 국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V4는 우리나라의 유럽연합(EU) 내 최대 투자처이고 2대 교역국”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이미 650여 개나 진출해 있고 회사 주재원과 가족들이 4,000명을 상회하며 빠르게 늘고 있다. 그곳을 생산기지화해 우리 수출의 현지 거점이 되고 있다. 무역규모에서도 우리나라가 일본을 압도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디.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예전에는 서유럽이 이들 동유럽 지역을 한 단계 아래로 내려 보는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 서유럽은 정체 내지는 하락하는데 비해 이 지역이 오히려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EU의 연평균 성장률이 1.7%인데 이들 V4 국가의 성장률은 3.6%나 되는 고도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네 나라와 한국과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V4는 민족의식이나 국민 정서적으로도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어 연대와 협력이 매우 용이할 수가 있다”며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도 이들 지역과 우리가 인류학적 측면이나 우랄 알타이계의 언어학적 측면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가 있다. 현대사에 있어서도 군부독재와 공산주의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에 도달했고 외세에 의한 고통의 역사를 겪은 공통점 때문에 우리에 대한 이해와 존중, 친밀함을 느끼고 있었고 우리 역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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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나아가 “특히 헝가리의 의과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이 총 500명이 넘는 상황에서 헝가리의 대통령과 총리는 한국의 대학과 공동캠퍼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헝가리뿐만 아니라 4개국 정상들 공히 한국 대학과의 공동캠퍼스 설립 등 학생·청년 교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헝가리는 기초과학 분야의 수준이 매우 높아 노벨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한 나라이니 이들 나라의 제안을 잘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해외 순방에서 분명하게 느낀 것은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라는 V4 국가들을 우리가 비중 있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음 정부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께 홍보하고 정부도 자료를 잘 정리해 달라”고 지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박 수석은 순방 기간 문 대통령을 직접 모시지 못한 아쉬움도 글에 표현했다. 그는 “점점 커지는 헬기 소리가 사무실 창문을 뒤흔드는 웅장함으로 바뀌는 것을 보니 대통령께서 7박 9일의 숨가쁜 순방외교를 마치고 돌아오셨다”고 5일 상황을 회상한 뒤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실 때마다 느끼는 죄송함은 이번에도 지난 G7 순방 때보다 크면 컸지 작지는 않다. 대통령께는 빡빡한 일정을 만들어 드리고 참모들은 집에서 쉰 것 같은 죄송함에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이어 “이번 해외순방을 통해 대통령은 5번의 시차 변경을 겪었고 지구 반 바퀴가 넘는 2만3,000km를 30시간에 걸쳐 비행했다”며 “공항 출도착 행사를 제외하고도 무려 33회의 공식일정을 소화했는데 하루 평균 5회에 해당한다. 주요 연설과 발표가 8회, 16회의 정상급 회동을 제외하더라도 10회의 면담과 정상회담을 소화한 강행군 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수석은 그러면서 “대통령의 이런 일정은 어찌 보면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이고 다음 대통령은 아마도 더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와 비교해도 불과 5년 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을 초청하거나 다자회의 계기에 정상회담을 요청하는 나라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나 이번 순방시만해도 30여 개국 정도가 줄을 서 있는 정도”라고 소개했다. 박 수석은 “한마디로 ‘국제질서의 소비자’ 입장에서 ‘국제질서의 생산자’로 바뀐 대한민국의 현실을 대통령의 일정에서 똑똑이 목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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