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노동계와 여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 ‘유급병가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발주한 연구 용역 결과가 다음 달 마무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급병가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근거가 없다. 기업이나 사용자에게 유급병가를 지원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대신 기업들은 개별 사업장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으로 탄력 대응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치권에 이어 정부에서 유급병가제 도입을 추진하는 만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결국 기업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7일 서울경제가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입수한 국정감사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아프면 쉴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휴가 제도 개편 방안’이라는 연구 용역을 발주해 다음 달 완료된다. 고용부는 답변서에서 “연구 용역을 통해 외국의 제도는 물론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상황, 제도 도입 가능성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계는 유급병가의 법제화를 계속 요구해왔다. 노동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6개국 중 법정 유급병가나 상병휴가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라며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에 발맞춘 서영석·한정애·김경협·민병덕·이수진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유급병가제가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5건이나 발의했다.
경영계에서는 노동계와 정부 여당의 유급병가제 추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근로기준법으로 유급병가를 규정해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한 노동자까지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급병가를 도입하려면 기업들의 부담과 업종별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노사 합의로도 가능한 제도를 전면 법제화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