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미국·일본·유럽 반도체 전방위 지원…한국은?[뒷북비즈]

통과 유력 특별법, 공제율 中企 16%인데 대기업 6%뿐

美·EU, 국적 상관없이 반도체 시설투자 최대 40% 공제

日도 대만과 반도체 동맹 맺고 대표 기업에 5조 지원

"정부 보조금 지원 따라 미래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것"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이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확대하며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과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어서 시대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은 대기업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비롯한 국가 핵심 전략 기술을 사업화하면 최대 6%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견 기업은 8%, 중소기업은 16%다. 한때 한국도 미국이나 EU에 뒤지지 않을 수준으로 반도체 산업에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30~40%대 세액공제율도 거론됐지만 결국 최대 10%대에 그쳤다.



시설 투자 세액공제가 대기업 기준 1%에 머물고 있는 현재보다는 높아진 결과지만 당초 여당이 특별법을 통해 반도체 등 경제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에 비하면 업계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공제율이다. 정치권은 기존의 조세특례제한법까지 고쳐가며 새로운 법안을 마련했지만 매출 규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을 한정하는 기존의 틀은 결국 뜯어 고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거대 여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야당의 찬반과 관계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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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표 주자는 삼성·SK와 같은 대기업이며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항해야 할 인텔(미국), TSMC(대만) 등 굵직한 반도체 기업들은 더욱 막강한 ‘실탄’을 국내외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칩스 포 아메리카’ 법안 등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에 최대 40%까지 세액을 공제한다. 미국 정부는 또한 반도체 인프라 투자에 500억 달러(약 56조 4,5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가운데 기술 연구개발(R&D)에는 228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과감한 지원 정책은 자국 기업인 인텔은 물론, 대만 TSMC 등 굵직한 반도체 기업의 증설 결정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생산 업체가 부족한 EU도 생산 라인을 새로 짓는 기업에 투자액의 최대 40%를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2030년까지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역내 국가들의 시장점유율을 현 10%대에서 20%로 끌어올린다는 로드맵 발표와 총 1,500억 유로의 투자 발표도 나왔다.

그간 뚜렷한 움직임이 없던 일본도 시동을 걸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8일 긴급 제언 형식으로 경제 전반에 대한 정책 목표를 밝히며 “강인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제언문에서 “디지털 사회의 기반이 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국제 공동 개발 지원과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며 “파운드리 영역에서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대만 기업(TSMC)의 일본 진출은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불가결성과 자율성을 향상시켜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다음 달 임시국회에 보조금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법안의 첫 수혜자가 2024년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가동 예정인 TSMC 22~28㎚(나노미터) 공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원 규모는 5,000억 엔(약 5조 원)으로 알려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반도체 기업의 고정된 투자 여력을 그 이상을 투입하려면 정부가 세액공제나 보조금 등으로 지원사격을 해줄 수밖에 없고 그 규모에 따라 반도체 미래 경쟁력이 차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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