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왔다고 주장했다. 통화 금융 당국이 곧이곧대로 믿었는지 한국은행은 물가 불안(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높였고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를 이유로 대출을 억제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경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은 고사하고 대출 억제도 조심스러워한다.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는 경기 과열을 우려하거나 소득보다 소비가 빨리 증가할 때 취하는 조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와 투자가 침체돼 있고 세금을 거둬 만든 정부의 재정으로 경기 침체를 간신히 막고 있다. 재정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경제에 거품이 끼고 정부 스스로를 착시에 빠뜨렸다. 성장률이 4%라고 주장하지만 정상적이라면 2%로 떨어지고 실제 실업률도 8%로 두 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돈을 풀었고 이후에 더 많이 푼 것은 맞지만 이것이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의 압력은 저금리가 아니라 원자재 조달과 유통 차질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에 기인한다. 가계부채 증가도 과소비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따른 집값 폭등에 기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만 위축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고용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뿐 아니라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의 충격은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등 취약 계층일수록 커져 코로나19에 따른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 악화된다. 실물경제 전문가들은 통화 금융 당국의 난폭 운전을 우려하고 국책 연구 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성장률 하락 폭만 두 배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통화 금융 당국의 오판은 경기 침체하의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생산 비용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금융 비용과 인건비만 올리고 고용은 줄어들게 한다.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안보 차원에서 재편함에 따라 돌발 악재가 속출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물류 대란을 일으킬 요소수 부족 문제도 그렇다. 스태그플레이션을 막으려면 공급과 생산성을 늘리는 실물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비용 상승의 부담을 생산과 노동의 혁신을 통해 흡수해야 인플레이션을 잡고 성장도 회복할 수 있다. 지난 1970년대 석유 위기로 물가가 폭등하자 선진국이 금리를 인상했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악화했고, 결국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임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했다.
포퓰리즘은 스태그플레이션의 해결을 가로막는다. 규제를 강화하기에 부동산 정책이 그랬듯이 공급을 줄이고, 선심성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에 일자리 정책이 그랬듯이 쉬는 사람을 늘게 만들어 결국 생산은 부진하고 물가만 오르게 만드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고 경기도 회복시키려면 포퓰리즘과 결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을 바꿔 생산 주체인 기업과 근로자가 활기를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원자재 확보 등을 위한 자원 경제 외교를 강화하고, 기술 혁신이 속도를 내도록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며, 근로자의 생산성과 숙련도를 키우도록 임금 및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하며,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의 악순환을 막도록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또 가계부채를 줄이도록 주택의 처분이나 거래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
정부가 포퓰리즘에 빠져도 한국은행만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반포퓰리즘 장치를 위함이라는 점을 명심해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하고 실물경제 정책의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