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서 30평대 아파트가 30억 원을 넘긴 가격에 거래됐다. 옛 공급면적 기준으로 평당 1억 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서초·강남·성동구에 이어 송파구에서도 발생하면서, 장기간 집값 상승에 따른 초고가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전용 82.61㎡(옛 평형 기준 36평)은 지난달 26일 31억 3,100만 원에 손바뀜 됐다. 전 고가는 지난 8월 말 나온 29억 7,800만 원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이 단지 같은 평형 최고가는 25억 7,100만 원이었다.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가격이 6억 원 가량 오른 셈이다.
정부의 수요 억제 위주 정책이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쏠림을 유도하고, 각종 규제가 서울 도심 내 공급 지연을 유발하며 핵심 입지의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잠실 주공 5단지를 제외했을 때 잠실 권역 대장주 단지로 꼽히는 ‘잠실 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18일 27억 원에 거래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여파로 한때 신천동 ‘파크리오’에게 내줬던 최고가 기록을 되찾아온 것이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지난달 17일 ‘반포주공 1단지’ 전용 140.13㎡가 65억 원에 거래되며, 전 고가 63억 원(10월 7일 거래)을 열흘만에 2억 원 뛰어넘기도 했다.
고가 거래가 속출하면서 30평형대 기준으로 거래 가격이 30억 원을 넘는 지역은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전용 84㎡ 기준 최고가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42억 원)이다. 평당 1억 원을 가뿐히 뛰어넘는 가격이다. 강남구에서는 ‘현대 14차’ 전용 84㎡가 지난 4월 34억 원에 거래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자치구에서도 30평형대 30억 원 이상 거래가 있다. 성동구 ‘트리마제’ 전용 84㎡는 지난 6월 35억 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한편 이날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이상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은 지난 2019년 말 14억 7,934만 원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18억 7,82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2·16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이상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지만, 규제 대상이 되는 아파트 가격이 되레 크게 뛴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 대상 규제가 강화와 도심 공급 제한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불러와 핵심 입지에 있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강해졌다”며 “시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지만 한국은 전세 제도가 있어 대출 없이도 고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었고, 여기에 풍부한 유동성 효과까지 겹치며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