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진 부족한데 병상만 늘린다고 되나" ...의료현장, 인력 이탈·탈진에 아우성

간호사는 코로나 이전부터 인력난

위중증 치료 의료진 부족 심화에도

복지부, 인력 대책없이 "병상 확대"

"한정된 병상서 감염 관리 고민할때"

한 시민이 12일 서울 송파구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368명 늘어 누적 확진자 수가 39만 719명이라고 밝혔다. 위중증 환자는 475명으로 이날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한 시민이 12일 서울 송파구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368명 늘어 누적 확진자 수가 39만 719명이라고 밝혔다. 위중증 환자는 475명으로 이날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일선 의료 현장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의료 인력 충원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의료진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데다 일상 회복 이후 위중증 환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의료진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간호 의료진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 정부가 일선 의료 종사자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대책 없는 병상 늘리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 씨는 “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인력이 부족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최소 인원만 자가격리한 채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병상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인력 충원에 대한 얘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 관계자는 “병상을 늘린다고 의료 인력을 갑자기 늘릴 수는 없다”면서 “결국 기존 병동에 있는 숙련된 인력을 데려오거나 지난해 대구 사태 때처럼 파견 급료를 크게 올려 유휴 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휴 인력은 전문성이 떨어져 기존 의료진과 갈등을 자주 빚어왔다”며 불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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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되는 업무 부담에 지난 5월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단체는 복지부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이들 단체와 합의해 9월 28일 병원마다 필요한 최소 인력 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합의된 기준을 바탕으로 지난 10월까지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복지부 측에서는 ‘(10월까지) 시범 운영을 이행하기 위한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며 말장난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 부족은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일본의 경우 3명, 미국 5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6명 수준이다. 간호계와 시민 단체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제한을 법제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관련 법안인 ‘간호인력인권법’은 국민 동의 청원 10만 명을 달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숙련된 의료진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위중증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병상도 한정돼 있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위중증 환자들은 지난 5월 백신 접종 이후 3개월이 지나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돌파감염이 된 경우가 많다”며 “서울 병상 가동률이 75%에 임박했다고 하지만 가용 인력과 응급 대기 병상 등을 고려하면 병상 가동률을 사실상 90%라고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중증 환자 치료는 의료진의 숙련도에 크게 좌우되는데 숙련된 의료진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환자가 늘면 병상을 늘리겠다는 접근이 아니라 한정된 병상 내에서 어떻게 감염 확산을 관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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